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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음악적으로 뜻깊은 공연">

객원기자 뉴욕필 평양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방 교향악단 최초로 평양 무대에 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공연은 정치적으로나 음악적으로 뜻깊은 공연이었다.

비록 공연장이 아닌 TV 앞이었지만 현장의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음악회의 국가 연주는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하지만 이번 음악회에서만큼은 지휘자 로린 마젤과 단원들이 전원 기립해 연주한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의 '성조기여 영원하라'야말로 가장 중요한 연주 곡목이었다.

바그너의 작품을 시작으로 뉴욕필의 연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곡으로 연주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전주곡은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화려한 곡으로, 결혼을 앞둔 신랑신부의 기쁨을 표현한 '환희의 동기'가 금관악기로 연주된다.

전 세계 교향악단 가운데서도 최강의 금관악기군을 자랑하는 뉴욕필은 찬란한 금관악기의 음색이 돋보이는 압도적인 연주로 터질 듯한 환희를 표현했다.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 작품은 역사적인 음악회를 여는 첫 곡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어서 연주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과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은 미국적 색채와 민족주의 음악어법이 잘 조화된 작품으로 이번 공연에 각별한 의미를 더해줬다.

신대륙의 인상이 표현된 '신세계 교향곡'이 드보르자크의 조국인 체코의 민속음악과 미국의 흑인영가의 선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명곡이라면, '파리의 미국인'은 파리를 방문한 미국 작곡가 거슈윈이 프랑스풍의 음악과 미국의 재즈를 조합해 만든 활기찬 음악이다.

두 곡 모두 미국의 음악과 타 민족의 음악을 잘 조화시킨 작품으로, 연주 프로그램만으로도 이번 뉴욕필 공연의 의미를 잘 드러냈다.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은 고정관념을 깨는 자유로운 템포로 세부적인 음악표현을 살려낸 독특한 해석을 보여줬다.

1악장에서는 흑인영가 풍의 제2주제의 템포를 다소 늦춰 플루트의 솔로를 강조하고 4악장 도입부의 템포를 몰아쳐 금관악기의 선율에 힘을 실어준 뉴욕필의 연주는 긴박감에 넘쳤다.

연주 내내 폭발적이고 찬란한 광채를 뿜어낸 트럼펫과 트롬본 주자들과 목관악기 수석들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본 공연의 마지막 작품인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하기 전 다시 마이크를 잡은 마젤은 "앞으로 언젠가는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곡도 나올지 모른다"는 말로 이번 평양 공연에 대한 의미를 표현했다.

드뷔시 풍의 프랑스 음악과 재즈가 뒤섞인 '파리의 미국인'에서 뉴욕필은 강한 리듬과 감상적인 선율을 대비시켜 음악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금관악기의 유쾌한 연주와 바이올린의 감상적인 솔로, 타악기의 흥겨운 리듬은 재즈 풍의 느낌을 강하게 전해줬다. 과연 미국악단에 의한 미국음악 연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환호하는 청중을 위해 뉴욕필이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제2번 중 '파랑돌'을 첫 번째 앙코르로 연주하자 청중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이어 뉴욕필의 전 음악감독이었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캔디드 서곡'과 '아리랑'을 연주해 북미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앙코르 연주가 모두 끝나고 단원들 모두 퇴장한 후에도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의 기립 박수를 그칠 줄을 몰랐다.

뉴욕필의 평양공연은 본 공연 프로그램에서 앙코르 곡목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선곡과 훌륭한 연주가 돋보였다.

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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