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현역 물갈이폭 50% 이상 관측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위원장 박재승)가 1단계 공천심사 과정에서 호남지역 현역의원 30%를 교체키로 함에 따라 `괴담'으로만 떠돌던 호남발(發) 공천 칼바람이 거세게 몰아닥치고 있다.
당내에서 `공천특검', `저승사자'로 까지 불렸던 박재승 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에게 칼날을 들이댐에 따라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현역 물갈이의 신호탄이 본격적으로 쏘아올려지게 된 셈. 특히 추가 심사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물갈이 폭이 50%를 웃돌 수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면서 호남에는 메가톤급 후폭풍이 몰아칠 상황이다.
여기에 현역 물갈이 태풍은 호남 지역을 출발지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도 `북상'(北上)할 것으로 보여 현역 의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심위는 26일 3차 회의에서 호남 현역의원 중 30%를 1차 공천심사 단계에서 `아웃'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인지도, 의정만족도, 재출마 지지도, 17대 총선투표 성향, 정당지지도 등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토대로 현역의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지수를 산출한 뒤 점수에 따라 의원을 A∼D 등급으로 나눠 하위등급인 D등급에 해당하는 30%에 대해 공천을 배제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이미 불출마 선언한 김원기(전북 정읍), 염동연(광주 서갑)의원을 제외하고 전북의 경우 10명 중 3명, 광주.전남은 19명 중 6명의 현역이 각각 1단계 관문에서 고배를 마시게 될 전망이다.
공심위는 이미 이들 평가항목에 대한 여론조사를 완료하고 평가지수 개발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태라고 한다. 현장실사팀의 지역별 `여론탐문'도 일단락됐다.
공심위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4등급을 나누면 하위 25%가 탈락 대상이 되지만 공천쇄신 의지를 보여준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D등급을 30%로 늘려 잡았다"고 말했다.
공심위는 1단계에서 일차적으로 30%를 거른 뒤 2, 3단계의 `촘촘한 그물망'을 통해 현역에 대한 강도높은 검증을 지속할 방침이어서 추가단계를 거치면서 최종 물갈이 폭은 50%를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도 "향후 물갈이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박 위원장 등 공심위의 서슬퍼런 칼자루가 강세지역인 호남부터 정조준하자 당사자들인 호남 지역의 현역 의원들은 그야말로 충격파에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공심위의 결정은 당 지도부 대다수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져 당내에 공포감마저 조성되는 분위기이다.
의정활동 평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소문으로 퍼져나가면서 벌써부터 현지에서는 "누구누구가 최하위권이더라"는 내용의 `살생부'마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지역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권자의 눈 높이에 다가서려는 공심위의 노력은 의미가 크다"면서도 "30%라는 수치에 집착한 나머지 억울한 사람이 나와서는 안된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전북 지역의 한 의원은 "정말 죽을 맛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전남 의원들 사이에서도 "호남에서 사실상 절반은 쳐낸다는 소리 아니냐", "모가지를 내놓은 기분"이라며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기에 공심위 일부에서 호남 중진의 수도권 징발론도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중진들도 가시방석 위에 앉은 형국이 됐다. 호남에서는 4선의 장영달(전주 완산갑), 정세균(진안.무주.장수.임실), 정동채(광주 서을) 의원 등이 3선 이상이다.
수도권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공심위가 수도권 등 호남외 지역에 대해서도 현역 30% 교체를 목표치로 정했기 때문. 공심위는 단수후보 지역구에도 부적격자는 엄격히 걸러낸다는 방침이어서 단수지역 현역들조차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서울지역 한 의원은 "공심위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수도권 지역 의원도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내 문제로 바싹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현역에 대한 고강도 교체 방침의 여파로 부정.비리 전력자에 대한 세부 기준도 한층 강화되는 쪽으로 기울게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신계륜 사무총장, 김대중(DJ) 전 대통령측 박지원 비서실장,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인 안희정씨, 이상수 전 노동장관 김민석 전 의원 등이 공심위의 `세부룰' 여하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심위가 단단히 맘을 먹은 것 같다. 정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현역들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상황에서 부정.비리 전력자들에 대해 느슨하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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