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 "막상 대사직을 물러나려니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줄 알았다'는 묘비명을 남긴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생각납니다. 조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텐데 싶어 아쉽습니다."
재임 3년 만에 26일 이임하는 조윤제(56) 주영국 대사는 이임에 앞서 21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이임 순간을 맞으니 본인의 게으름을 탓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대사는 "영국에서 한국의 위상은 경제력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정계, 경제계, 싱크탱크, 언론계 등 영국 각계 인사들을 가능한한 많이 만나 친한파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고 밝혔다.
조 대사는 "세 사람만 모이면 클럽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국은 한국처럼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라며 평소 좋은 관계를 다져두었다가 긴급 상황 때 도움을 얻는 게 외교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조 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내다 2005년 2월 런던에 부임했다. 노 대통령이 2004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바로 뒤라 한.영 양국 관계는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이었다.
대통령 방문 후 양국 간 합의에 따라 조 대사는 2006년을 '한.영 상호 방문의 해'로 선언하고 일년 내내 영국에서 한국을 알리는 행사들을 총 지휘했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예술 작품을 초청해 중국, 일본과 다른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알렸다.
한국 문화를 알리는 본산이 될 런던 한국문화원이 지난달 런던에서 문을 연 것도 "재임 중 보람 있는 일"로 조 대사는 꼽고 있다.
학자 출신인 조 대사는 영국 대학에 한국학 강좌를 늘리는 데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대사의 노력으로 영국의 양대 명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는 상설 한국학 과정이 생기게 됐다. 대사는 영국 언론과 교과서를 조사해 일본해 표기를 동해로 바꾸는 데도 열성적으로 나섰다.
3월부터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복귀해 '금융제도 및 시장', '한국경제론'을 강의할 조 대사는 잠시 외도했지만 자신을 "늘 경제학자로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영국의 합리적인 정치, 경제 제도를 보고 많이 배웠다"는 조 대사는 한국에 돌아간 후 영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토대로 책을 한 권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k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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