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사고로 `친절병사' `표준교관' 등 7명 희생..유가족 오열
(성남.서울=연합뉴스) 김인유 유현민 기자 =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9부 능선에서 추락한 UH-1H 헬기에 탑승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희생된 국군철정병원 마취과 군의관 정재훈(33) 대위는 작년 10월 20일 결혼한 `결혼 4개월차' 신랑으로 내년 전역을 앞두고 뇌출혈 증세를 보인 병사의 생명을 지키고자 국군수도병원으로 응급 이송하기 위해 야간비행에 나섰다 변을 당했다.
정 대위의 아내는 수도병원 유족 대기실에서 남편의 이름을 하염없이 되뇌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임신 중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작년 11월 출산휴가에서 철정병원으로 복귀한 간호장교 선효선(국군 간호사관학교 43기.28) 대위는 2살과 6개월 된 두 딸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선 대위의 시어머니 이영자(54)씨는 "매일 저녁 9시면 안부전화를 했던 며느리가 어제는 밤 10시에 전화해 '당직을 서고 늦게 전화를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며 "이것이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오열했다.
선 대위는 내년 2월 전역을 앞두고 올 12월 교사 임용고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 유영재 대위(육사 58기)는 "새벽 군 당국의 전화를 받고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지금 수도병원에 와 있는데 더 이상 통화하기가 힘들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2남 1녀의 아버지인 부조종사 황갑주(35) 준위는 204항공대대 운항장교로 2007년 9월 남동생 부인이 숨지자 갓난 아이인 조카를 데려와 양육하고 있다. 이번 사고 헬기의 잔해와 시신은 황 준위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통해 그나마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조종사 신기용(44) 준위는 육군항공의 `표준교관 조종사'로 2005년 치악산에서 추락한 등산객을 구조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딸 둘이 있으며 이 중 막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산대 자동차학과 1학년에 재학 중 입대한 승무원 최낙경(22) 상병은 성격이 밝고 매사에 솔선수범하는 생활로 선.후임병들로부터 신망이 두터웠고 승무원 이세인(21) 일병은 경남 거제에서 부모와 형, 누나 2명, 여동생과 함께 살다 입대했다.
대전 보건대 3학년에 재학 중 입대, 오는 10월 8일 전역을 앞두고 있던 김범진(22) 상병은 평소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응급실 의무병으로서 군의관 및 간호장교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환자들에게도 매우 친절해 지난해에는 병원 내 `친절병사'로 선발되기도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국군수도병원으로 달려온 김 상병의 어머니는 "조금있으면 생일인데 이렇게 가버리다니.."라며 오열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하얀 천으로 덮인 아들의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모레가 내 아들 생일인데..우리 아들 얼마나 아팠겠니.."라며 통곡해 주변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김 상병은 군의관과 간호장교로부터 성실성을 인정받았고 환자들에게도 매우 친절해 작년 병원 내 친절병사로 선발되기도 했다. 사흘 뒤에는 특별외박을 나갈 예정이었다.
이날 사고로 희생된 장병들은 주어진 임무를 끝까지 완수하려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발휘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군 관계자는 "자신의 직분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군인정신은 선.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비록 우리들의 곁을 떠났지만 그들의 정신만큼은 선.후배들 뿐 아니라 군인의 길을 걸으려는 청년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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