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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명박에 떡실신 된 정동영, 결사항전 이회창

이장춘 전 대사 노명박 비판, 정동영측 무단 삭제


나는 이장춘 전 대사에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의 27년 된 지기란 사실 외에는 잘, 정확히는 전연 모른다. 이전대사는 1940년 생이고, 이당선자는 한 해 뒤인 1941년에 태어났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이장춘 전 대사가 1년을 재수해 입학한 경우가 아님에도 두 사람은 친구다. 과거에는 나이 차이가 약간 나더라도 친구를 먹곤 했다. 생년월일이 에누리 없이 기록되는 요즘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장춘 전 대사에게 건넸다는 BBK 명함으로 말미암아 둘 사이의 우정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처럼 완전히 깨졌다. 이전대사는 아무리 27년 묵은 절친한 친구일지언정 거짓과 사기를 일삼는 인물은 절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당선자 진영에서는 이장춘 전 대사가 27년 된 친구에게 비열한 정치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그를 제3의 김대업으로 몰아붙인다. 정치의 비정함이 새삼 절감되는 대목이다.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명박 당선자와 이장춘 전 대사 둘 중 한 명은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의 최종 판정은 투표일 유권자들의 몫이기에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이 주제를 거론하는 목적은 진실을 밝히려는 데 있지 않다. 정동영 캠프의 황당무계한 작태를 비판하기 위함이다. 정동영이 죽어도 이명박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아래의 내용을 주목하시라.

“북한은 한동안 이명박 후보를 욕하더니 지금은 조용합니다. 퇴임 후의 뒤탈을 무서워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와 모종의 묵계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대선에 참견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 말이 없습니다.

그러니깐 BBK 검찰의 수사발표로 ‘노명박’이란 말이 항간에 돌고 있습니다. 즉 BBK 검찰발표는 노무현과 이명박의 작품이라는 말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유지되는 검찰이 정치권력의 주구가 돼 국민을 강간했다고 말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닙니다.”

12월 13일 목요일, 이장춘 전 대사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찬조연설자로 TV에 출연했다. 이장춘 전 대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고 봐야 옳다. 그의 정치적 위치와 이념성향은 조갑제 사장과 유사하다. 즉 조갑제가 텔레비전에서 정동영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과 똑같은 노릇이다. 정동영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기는커녕 뻔히 떨어질 줄 알면서도.

보수세력이 이전대사를 배신자라 폄훼할 틈조차 없었다. 정동영 캠프가 이장춘 전 대사의 뒤통수를 때렸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찬조연설 구절들을 정동영 선거대책위원회서 이전대사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임의로 삭제했다는 소식이다. 이명박 진영이 방송사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삭제된 것도 아니고, 방송국이 이명박 당선자에게 알아서 기느라 잘린 것도 아니란 말씀이다.

덕분에, 27년 된 친구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자신이 평생 동안 몸담았던 보수세력으로부터 배반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동영을 도우려 애썼던 이전대사만 졸지에 속된 말로 등신머저리가 되고 말았다. 이장춘 전 대사,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강간’이라는 용어가 여성계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없앴다고 변명할 생각은 말기 바란다. 이전대사의 양해를 구한 다음 요 부분만 새롭게 촬영할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정동영에 우호적인 네티즌들을 며칠 전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들에게 정동영을 도무지 밀어줄 수 없는 까닭을 재차 이야기했다. 국민원로는 정치인의 능력과 도덕성은 중시하지 않는 편이다. 능력이 모자라면 열심히 노력해 키우면 된다. 도덕성이 떨어지면 주변에 대쪽같은 참모들을 붙여 딴 생각 품지 못하도록 단속하면 그만이다. 허나 그릇이 작으면 대책이 없다.

정동영은 기본적으로 대통령 그릇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 도와주려고 남은 인생 포기한 양반을 차마 말못할 뭔가가 무서운 탓에 대놓고 욕보이고 능멸할 정도면 볼 장 다 본 셈이다.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청와대에 전화 걸어 노무현한테 아부하고, 목숨을 걸고서 아군을 돕기로 결심한 적군의 장수에게는 물 먹이고. 참으로 잘하는 짓거리다.

정동영과 비교되는 대권주자가 이회창이다. 후보 스스로가 ‘노명박 커넥션’을 제기하더라. 이회창이 직접 노명박이란 단어를 입에 올려야만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이회창 캠프 관계자들에게 훈수했는데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노무현에서 이명박으로 권력이 넘어가는 건 정권교체가 아니라 ‘평화적 정부이양’에 불과하다고 규정하라는 조언 역시 아울러 수용된 듯싶다. 노명박 떴다는 소리만 들어도 정동영은 테이블 밑으로 숨기 바쁜 데 반해 이회창은 결사항전의 각오로 맥주병을 깬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경기 초반부터 이회창을 응원할 걸 그랬다. 이회창과 정동영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진보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회창이 주요 대선후보들 중에서 가장 진취적임은 틀림없다. 그는 일단은 해보고 판단한다. 내가 노무현과 이명박을 동시에 주적으로 설정해 그림을 그리라고 촉구했을 때 천정배 캠프의 반응은 “과연 될까?”였다. 정동영측은 한 술 더 떠 소심한 자기검열로 몸조심하는 중이다. 2007년의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구도도, 전선도, 정책도, 심지어 이미지마저도 모두 사라졌다. 구도와 전선과 정책과 이미지가 실종된 선거에서 나는 진취적 기상을 잣대로 후보자의 우열을 평가하고 장단을 판별한다.

정동영에게 묻는다. “당신, 해봤어?” 정동영은 해보지도 않고서 지레 주저앉기 일쑤다. 그 결과 노명박에게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떡실신을 당하고 말았다. 묵사발이 났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이 소위 박영선 동영상에 시비를 걸고 나서자 신당에서는 당연히 발끈했다.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폭거라며. 정말 웃기다. 누가 누구를 비난해? 이전대사의 표현의 자유를 말살한 정동영측은 한나라당을 규탄할 자격이 없다. 한나라당을 성토하기에 앞서 이장춘 전 대사에게 정중히 사과 먼저 해야 마땅하다. 사람 가지고 노는 데도 지켜야 할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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