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측은 16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송환과 관련, 정국의 향배를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비판하며 사실상 이명박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박 전 대표로서는 입장 변화 없이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지만, 주변에서는 김씨 입국 이후 이 후보 지지율이 타격을 받으면 결국 정국의 방향타를 다시 박 전 대표가 잡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며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경선 기간 관련 공세를 주도했던 측근들의 대부분은 김씨 귀국이 어떤 형태로든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으며, 일각에서는 후보를 잘못 뽑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아니냐는 강경론도 새어나왔다.

한 핵심 측근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경준이 무엇을 내놓느냐에 따라 정국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결국 검찰이 언제 어떻게 발표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도곡동 땅과 BBK, 다스 사이의 자금흐름을 검찰이 발표하면서 실소유주 문제를 건드리면 상황이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측근은 "일반적으로는 이 후보가 피해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김씨가 들어와서 그게 아니라고 해 버리면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타격이 간다"면서 "이 후보와 둘이 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하면 쇼크가 상당할 수도 있고, (김씨 누나인) 에리카김과의 관계 문제가 거론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문제를 제일 잘 아는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이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한 측근 의원은 "김경준이 육성으로 이 후보를 공격하면 그 자체가 영향이 크다. 최근 자녀들의 유령취업 등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변명을 해도 안믿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갇혀있는 민심이 터져버리는 날에는 한꺼번에 잘못될 수도 있다. 민심이 이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측근은 "결국 검찰청에 당원들이 몰려가서 한나라당 후보를 걱정하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며 "대체 대통령 후보를 뽑아놓고 이게 뭐 하는 일이냐. 다 너무 잘못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들은 또 김씨 송환으로 빠져나간 이 후보의 지지율이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 이동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면서도, 박 전 대표는 당분간 일체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측근은 "이 후보가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경우, 표심이 중간지대에 있는 이회창 후보에게 넘어갈 수 있다"면서 "그럴 경우 전세의 방향타는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넘어온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전세가 확 쏠리는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전 대표는 당분간 가만히 있을 것"이라며 "실제 검찰과 김경준, 이명박 사이에 벌어지는 일과 이것으로 대선판이 어떻게 바뀌는 지는 봐야만 알 수 있는 일이고, 세상이 뒤집히는 일이 발생한다 해도 박 전 대표가 어떻게 행동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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