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영 개표진행 따라 환호.한숨 교차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1년 넘게 계속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20일 개표 전당대회를 마지막으로 지난했던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막판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경선 과정이었지만, 이날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 당선이 확정되기까지 개표 상황은 그 자체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한편의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특히 전날 70.8%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데다,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 모두 승리를 장담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개표장에는 늦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투표지 분류기와 계수기를 이용한 전자개표는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만 투표 결과를 합산하고 전체 합산은 최종 개표 이후에 진행함으로써 결과의 사전 유출을 막겠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개표 시작 두시간 만인 오후 2시께부터는 때이른 중간 집계 결과들이 속속 전해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박 전 대표의 `우세'가 먼저 전해졌다.
전체 투표 13만893표 가운데 4만3천여표가 개표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2천여표 앞선다는 보고가 양측 참관인으로부터 흘러나오며 박 전 대표측에서 먼저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에 찬 웃음을 내비친 것. 일각에서는 선거인단 투표수에서 최대 5천표까지 앞서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그간 예고해 왔던 `대역전 드라마'를 기대하기도 했다.
이어 개표기가 설치된 행사장 중앙에 캠프측 관계자와 기자들이 모여 양측 참관인이 전해오는 투표결과를 거의 `실시간 속보' 수준으로 접수했으며, 박 전 대표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 개표가 초반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전 시장측에서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후 이 전 시장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지역에서 큰 격차가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부산, 경기지역에서도 박 전 대표에 뒤지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 전 시장측 인사들은 "설마 지겠느냐"면서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투표가 거의 마무리될 무렵엔 이 전 시장측에서 "선거인단에서 1천표 정도 뒤졌지만 여론조사 격차를 뒤집지 못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거꾸로 박 전 대표 캠프 소속 의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막판 서울지역 투표함이 4개 남은 것으로 확인되자 표차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고 이 전 시장의 캠프 좌장인 이재오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은평지역의 투표함이 마지막으로 개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 시장측에서 바짝 뒤쫓아 승기를 잡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결국 오후 3시께 `현장 투표에선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에게 800여표차(실제로는 400여표차)로 뒤지지만, 여론조사 결과 2천400여표차 앞서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양측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 전 시장측은 결과에 우선 환호하면서도 "현장 투표에서 지고 여론조사에서 이긴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개운치 않은 표정을 지은 반면, 박 전 대표측은 "아직은 결과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실망감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대역전의 기대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박관용 선관위원장이 이 전 시장의 후보지명을 공식 선언하자, 이 전 시장측은 일제히 환호를 올렸으며 박 전 대표측은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지 못한 채 경선 드라마는 숨가빴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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