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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진 분당 발언, 이명박 캠프의 자중지란?

15% 이상 앞선 후보 진영의 발언으로선 있을 수 없어


이재오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규택과 말다툼하면서 "유신 때 일을 다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과 공성진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승리시)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의원들이 분당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이명박 캠프의 '자중지란'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MB연대가 박근혜 캠프 홍사덕 선대위원장에게 '자이툰 군복'을 보낸 것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금도가 몇가지 있다. 첫째, 지난 1991년 통일민주당과의 3당 합당과 1997년 통합민주당 잔류세력과의 합당을 통해 신한국당이 한나라당으로 바뀌면서 유신의 잔재를 씻고 민주화세력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된다. 둘째,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한나라당 당원들의 정권교체 열망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분당'이라는 표현을 절대로 써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한미관계를 훼손하는 그 어떠한 언행도 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한나라당 지지세력 대부분이 자주외교보다는 동맹외교에 대해 신뢰와 안정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 기본 축이 한미동맹 관계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캠프에서 불거져나오는 발언과 행동들은 하나같이 이러한 금기를 깨는 것들이다. 물론, 유신정권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수구성향을 비판하고, 이라크전쟁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것들이 중도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금 싸움이 한나라당 경선 승리를 전제로 한 것임을 감안할 때 이와같은 움직임들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한나라당의 금기사항을 깨뜨리면서 끌어들일 수 있는 중도개혁 지지층은 기존 한나라당 지지층보다 '도덕적 잣대'가 훨씬 더 엄격하기에 이명박측의 잇따른 비리 폭로로 이미 그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공성진의 '분당' 발언은 결코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현재 이명박 지지율이 박근혜보다 앞서는 것이 일정부분의 '거품'과 '밴드왜곤' 효과는 있지만 이명박이 박근혜보다 좀 더 대범하다는 착시현상도 톡톡히 한몫 하고 있다. 그와같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이명박 캠프에서 '분당'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이같은 착시현상을 소멸시킬 뿐아니라 또다른 차원의 문제인 '애당심'을 놓고 이명박 캠프를 향해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치경력을 놓고 볼 때 이명박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이 바로 핵심당직을 맡았던 경험이 없다는 부분인데, '애당심'을 놓고 비교당할 경우 당대표로서 '재보선 불패 신화'를 만들었던 박근혜를 결코 넘어설 수가 없다. 이는 스스로가 적진에 투항하는 격이다.

필자가 최근 만난 한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이번 공성진 발언을 놓고 이명박과 이재오가 크게 다퉜다고 한다. 이명박은 "여론조사에서 15% 가까이 앞서있다고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캠프 내부에서 '분당' 발언이 나와버리면 우리 스스로가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며 이재오에게 언성을 높였고, 이에 대해 이재오는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까도 까도 계속 의혹이 나오니까 의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자구책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 그들에게도 인내심의 한계가 있다"며 맞섰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성진의 발언이 한나라당 지도부와 박근혜 캠프를 압박하기 위한 '강공 협박 카드'로 분석하고 있으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이러다가 우리 쪽박 차는 것 아냐? 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어?"하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고, 그 때 나름대로 중론이 모아졌던 부분을 공성진이 무심결에 발설해버린 것이라고 보는 것이 자연스서울 것이다. 이재오의 '유신 폭로' 발언도 그렇고 공성진의 '분당' 발언도 사실은 이명박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요소들인데 그것이 조율되지 않고 나온다는 것은 혹, 의도적인 부분이 있더라도 이명박 캠프의 '자중지란'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명박과 이재오의 말다툼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이명박 캠프가 내세우고 있는 '여론조사 지지율 15% 격차'가 경선 필승 방정식이 되기 위해서는 당심(대의원+당원)에서 박근혜에게 절대로 10% 이상 뒤져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번 이명박 캠프의 잇따른 자충수로 인해 당심에 있어서 박근혜가 15~20% 가까이 앞서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 바로 그 시점에 있어서 여론조사상 우위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다. 이명박과 이상득은 그러한 속성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번 공성진의 '분당' 발언에 대해 대단히 심각하게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당심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TK(대구경북) 여론은 조선일보-SBS-동아일보 등 친이명박 성향 언론에서조차 박근혜가 앞서있거나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번 '분당' 발언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지역이 바로 TK지역임을 감안할 때 이는 결코 간단하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로 대표되는 일반 국민들의 '민심'이 그나마 서서히 변화하는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다면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과 열망으로 똘똘 뭉쳐있는 '당심'은 어떠한 결정적 계기로 인해 순식간에 변화할 수 있는 메카니즘을 갖고 있다. 왜냐마현 이들이 갖는 문제의식과 위기의식이 기본적으로 동질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정치성향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일반 민심보다는 훨씬 더 강력한 다이내미즘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민주당 광주 국민경선에서 노무현이 예상을 뒤엎고 이인제를 제압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더욱이, 매주 단위로 발표되는 여론조사와 달리 '당심'은 뚜겅을 열어보기 전까지 그 실체를 파악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더욱 무서울 수 밖에 없다.

앞선 글에서도 지적했듯이 조선일보-SBS-갤럽-TNS 등 친이명박 성향의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그 조사표본에 있어서 치명적 오류를 갖고 있다. 비록 언론플레이를 위해 이들을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와같은 오류를 이명박과 캠프내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밖으로는 '여전히 15% 가까운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큰 소리 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위기의식과 '자중지란'의 징조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이재오 발언과 공성진 발언을 통해 그 실체를 조금은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명박 캠프는 과거 부실기업들이 망해갔던 사이클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1) 실력이 없으면서 막대한 자금력과 언론플레이를 통해 대대적으로 이미지를 띄워 강력한 거품을 형성하고, (2) 그 거품이 걷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니까 정부의 부당한 탄압이라느니, 언론의 특정기업 죽이기라느니의 억지를 부리다가 (3) 끝내 몰락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돌입하면 '우리가 죽으면 국가도 경제도 모두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협박과 저주를 퍼붓는다. 현재 이명박 캠프는 바로 (2)에서 (3)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명박 캠프가 (3)으로 넘어갈 경우 그 때는 아마도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향해 협박과 저주를 퍼붓게 될 것이다. 그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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