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에쓰오일이 지난 12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의 제2공장 건립 계획을 연기하면서 '부지 취득 문제'를 원천적인 이유로 내세운 것에 대해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양측간의 중재에 나섰던 서산시 역시 "에쓰오일이 협상에 미온적이었다"며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다.
정유업계에서도 '부지매입 문제'가 에쓰오일이 제2공장 건립의 무기 연기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며 일각에서는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의 중국 투자 계획에 따른 투자 철회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대산주민.서산시 "에쓰오일이 협상 피했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대산읍 독곶리 주민들은 택지 495㎡(150평) 이상, 장사 등을 할 수 있는 생계용지 165㎡(50평) 이상, 이주 정착금 1억원, 건축비 1억원, 정신적 피해 보상금 1억원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산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꼭 관철시켜야겠다기 보다는 하나의 협상카드였을 뿐 실제로는 인근 아산시 탕정 수준의 보상비면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며 "에쓰오일히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말했다.
주민대책위원회 김춘수 부위원장은 "서산시의 중재로 4월말에 인근 아산시 탕정 등의 보상금 등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에쓰오일 실무진과 협의해 5월2일 협상을 하기로 했는데 에쓰오일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9일 프로젝트팀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건립 지연 이유를 주민들에게서 찾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민 120세대에 대해 아산 수준대로 1억3800만원씩 지급한다고 해도 165억여원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3조6000억원 짜리 프로젝트를 연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에쓰오일은 제2중질유 분해시설에 3조600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당초 ㎡당 10만원 정도의 토지 매입비에다 보상비를 합쳐 3000억원을 예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2004년 충남 아산시 탕정에 제2지방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지급한 보상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정유업계, "중국으로 나갈 수도"
정유업계에서는 부지매입이 단초를 제공했지만 그보다는 회사측이 공시에서 이유로 밝혔듯이 "건설/엔지니어링시장 경기 과열로 인해 투자소요액이 증가함에 따라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한계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더 주된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지난해 4월 17일에 투자 계획을 밝힌 에쓰오일이 1년 2개월여만에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낮아졌다"며 공사의 무기한 연기를 결정한 것은 예산 책정과정이나 프로젝트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프로젝트 기간 동안의 땅값이나 원자재값 상승 등을 감안해 예산을 짜는 것이 통례"라며 "1년여만에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문제가 될 정도라면 예산책정의 오류이거나 경영상의 실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GS칼텍스의 경우 허동수 회장이 밝혔듯이 2005년3월 제2고도화 설비에 1조5000억원을 책정한 뒤 원자재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예산한도 내에서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GS칼텍스 대주주인 쉐브론이 제3고도화 설비 투자를 승인한 가장 중요한 이유였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공시 내용에 언급된 대로 부지매입보다는 공사비 지연이 주된 요인"이라며 "부지매입 문제로 공기가 지연되면서 발주시기를 놓쳤고 이같은 예상치 못한 외부변수로 인한 차질이 온 것이지 예산책정이나 경영상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가 지난 2월 중국 사이노펙과 중국 푸젠성에 정유설비 확장과 NCC 설비 건설을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한 뒤 중국시장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던 대산 제2공장의 필요성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자체 및 주민들과 협의를 해서 부지를 계속 매입해 나갈 계획"이라며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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