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백진엽기자][경영권 분쟁시 동지로 만나 구조조정 과정서 반목]
"국일제지 최우식 사장을 만나 향후 경영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 결과, 국일제지측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005년 12월 신호제지 노조)
신호제지(현 이엔페이퍼)의 경영권을 놓고 기존 경영진과 국일제지가 분쟁을 빚던 지난 2005년 12월. 신호제지 노동조합이 기자간담회에서 국일제지와 최우식 사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사장 및 국일제지와 이엔페이퍼 노조가 동지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당시 신호제지 진주공장 김국환 노조위원장은 "당초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국일제지측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 현경영진을 지지하는 착오가 있었다"며 "국일제지를 도와 신호제지 이순국 회장을 퇴진시키는 한편, 회사 정상화에 적극 동참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과 국일제지는 노조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어 신호제지의 경영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동지로 만난 최 사장과 이엔페이퍼 노조가 불과 1년 6개월여만에 적으로 돌아섰다. 회사측이 진주공장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에 진주공장 노조가 불복하고 파업을 하기로 한 것. 이엔페이퍼 진주공장 노조는 회사의 공장폐쇄 방침에 맞서 오는 15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사실 노조는 최 사장과 국일제지가 공언한 약속을 철썩같이 믿었다. 일단 경영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종업원들의 고용 안정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게 당시 최사장측의 약속. 하지만 지금 와서는 이 중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게 진주공장 노조의 주장이다.
정병호 이엔페이퍼 노조 사무장은 "당시 약속했던 것 중 지켜진 것이 없다"며 "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고, 이제는 수익을 내기 위해 공장폐쇄에 직원 정리해고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진주공장을 폐쇄한다고 하면서 공장폐쇄 이후 계획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노조 입장에서는 배신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러다 보니 양측의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그동안 사측과 진주공장 노조는 6차례의 임단협, 쟁의조정 등을 진행했지만 이는 사실상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 결의 역시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회사측은 이와 관련 "회사가 모두 공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손해만 나는 공장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노조도 알고 있다"며 "다만 정리된 직원들에 대한 보상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안정과 투자도 회사가 정상화가 돼야 가능한 것이지, 지금처럼 적자가 나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힘든 일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동지로 만난지 1년 6개월만에 적으로 돌아선 최 사장과 노조. 공장폐쇄와 절대 불가를 놓고 만나지 않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이엔페이퍼 노사문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진엽기자 jyback@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