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 개성, 기명 명월, 시와 음률에 뛰어났고 화담 서경덕,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로 불리는 '황진이'.
수많은 드라마와 문학작품, 영화등을 통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황진이'가 2007년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4년간의 제작기간, 7개월간의 촬영, 100억여원의 제작비, 전국 팔도 순회, 금강산 촬영등 영화 '황진이'가 뜨거운 화제속에서 그 전모(기녀의 모자)를 벗었다.
영화 '황진이'는 기존에 존재하던 '황진이'의 이야기구조와 사뭇 다르다. 바로 가상인물이자 '황진이'의 스토리라인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놈이'가 등장한다.
영화 '황진이'에 등장하는 '놈이'(유지태)는 '황진이'(송혜교)를 어릴적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사내다. 어린시절 '황진이'가 살고 있는 황진사댁을 떠난 뒤 성인이 되어 돌아온 '놈이'는 '황진이'의 곁을 맴돌며 곁을 지킨다.
어느날 '진이'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친모의 무덤앞에서 "세상을 발아래 두고 마음껏 비웃으며 살테다"라고 맹세한 '진이'는 스스로 기생의 길을 선택하고 남성들을 굴복시키며 온나라안에 소문이 날 정도의 권세를 누린다.
'진이'의 곁을 맴돌던 '놈이'는 기생이 된 '진이'의 기둥서방이 되지만 '진이'를 사모하는 마음에 괴로워하던 '놈이'는 '진이'를 떠나지만 화적떼의 두목이 되어 '진이'와 다시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완벽한 '송혜교표 황진이'
KBS '가을동화', SBS'올인', KBS'풀하우스'로 이어지는 송혜교의 매력이 영화 '황진이'를 통해 급상승했다.
송혜교는 영화를 통해 '황진이'와 기생'명월' 그리고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으로서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인다. 2년이라는 시간을 영화속 '황진이'로 살았다는 송혜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영화는 증명한다.
영화속 '황진이'는 냉철하게 보자면 기구한 운명을 살다간 여인이다. 양반집 자제로 살아온 십수년을 하루아침에 버려야 했음은 물론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천민의 신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자신이 선택할수도 용서할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기생으로서의 삶도 '양반집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고 조선시대의 시대상을 통해 알수 있듯 '천한 기생년 따위'라는 한마디가 얼마나 가혹한 일생을 살아야 했는지 느끼게 한다.
배우 송혜교의 매력이 영화를 통해 증명된 것은 바로 이러한 감정의 기복을 '무리없이'가 아니라 '완벽하게'소화해 냈다. 또한 영화속 '놈이'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점차 성숙한 여인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눈빛'하나로 말하면서도 절제를 통해 표현하는 감정연기는 영화 '황진이'에서 송혜교가 보이는 연기의 백미다.
'황진이'를 연기한 것이 송혜교인지 '황진이'가 송혜교를 연기한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되고 보니 영화속 캐릭터 '황진이'의 매력이 다소 옅어졌다.
장윤현 감독의 의도대로 '조선조 최고의 기녀', '미와 재주를 겸비한 재주꾼', '시와 음률, 서예에 능했던 기생'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황진이'를 부각하기 위한 배려였다면 영화속 '황진이'는 완벽에 가깝다.
조선조 최고의 여인, 한국영화의 희망될까
전국팔도를 중심으로 북녘땅의 구룡연 무대바위, 신계천, 상팔담 정상등의 자연미는 영화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한 디테일에 집중한 의상과 음식, 공간의 복원은 기존의 사극과 비교할수 없을만큼 높은 퀄러티를 지닌다.
영화 제작당시부터 수많은 화제를 뿌렸던 '황진이'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세에서 살아남을수 있을지 영화계의 관심이 뜨겁다.
영화 '접속'의 전도연, '텔미썸딩'의 심은하를 일궈낸 장윤현 감독에 대한 기대심리와 송혜교, 유지태, 류승룡, 윤여정등 배우들의 호흡, 어떤 사극보다 완성도 있게 만들어낸 영상미등은 한국영화속 '웰메이드 영화'라 자부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지만 영화계의 기대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들의 판단이다. 영화 '황진이'는 분명 '웰메이드'영화고 우리 고유의 역사적 영웅이자 현대에도 살아숨쉬는 '황진이'를 그리고 있다.
한국의 고유한 것이 '무조건'좋은 것은 분명 아니고 강요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것이 더욱 좋은 것이 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황진이'는 증명했다.
타고난 재주가 뛰어났고 아름다웠으며 시대의 흐름속에 현대보다 더욱 치열하고 가혹한 삶을 살았고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던 여인 '황진이'가 한국영화의 희망이 될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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