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생명운동 사상가인 김지하가 대중문화 기자, 한류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한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22일 김지하 선생의 문화사랑방 싸롱 마고에서 '문화부 기자들과 풀어내는 한류이야기'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김지하 선생은 "지금의 한류는 문명의 전환기요, 시대정신의 과도기다"라고 한류를 정의했다.
김지하 선생은 한류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역설적 구조와 전환, 동양적 사상인 공, 무,허의 개입, 드러난 질서와 숨은질서 사이의 문제를 미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보아도 큰 변동이 오기전에 혼돈과 붕괴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지금의 한류가 그런 상황이다"면서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과 미의식에 큰 변동이 생겼다. 품위있는 아름다움, 가정적이고 사회적으로 균형잡힌 미의 기준은 빠르게 영향력을 잃어가고 어느 한쪽이 우세하거나 뒤틀린 아름다움이 상승하는 시기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도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기존의 미의 기준을 대신해 추함과 괴기, 엽기, 혼돈, 학대, 잔인성, 망상등이 미의 기준이 되는
시기고 곧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감수성이 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의 대중문화는 보다 다양화, 고급화되야 한다.
김지하 선생은 현 한류의 문제점으로 0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의 다양화와 대중화 0 기초예술과 사상의 보다 깊은 연관속에서의 대중문화의 고급화0 고대적인 신화지향(판타지)와 미래지향의 의도적 결합을 통한 새로운 방향의 제시0문화자본주의의 양면성의 균형잡힌 성장을 통한 문예부흥으로 콘텐츠 자산의 확보를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2년 월드컵 응원전을 예로 들면서 "월드컵 응원전은 우리 문화사에 있어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한뒤 "정치적 동기가 아닌 순수한 문화적 동기로 인해 일어난 붉은악마 현상은 우리 고유의 '신명'과 억압된 '한'이 표출된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또 붉은악마 현상에서 나타난 3가지 특징을 예로 들었는데
첫째. 대~한민국으로 표현되는 엇박자의 구호를 탄생시킨것은 혼돈과 질서의 공존이며
둘째. 붉은악마로 등장한 치우(도깨비상)는 유목문명과 정착문명이 하나로 융합된 상징이다. 이는 디지털문명과 에코문명(생태학적 문명)이 하나로 융합된 상징으로 나타났으며
셋째. 국기인 태극기의 등장과 변화인데 이는 음과 양으로 나타나는 역동과 균형의 결합이며 성장과 분배의 문제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붉은악마 현상을 보면 우리 문화는 큰 힘을 내재하고 있고 전혀 다른 두개의 상징들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복잡하고 어지러운 과도기에 접해 있는 대중문화이기에 더욱 깊이 연구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면서 대중문화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대규모 문예부흥을 통해 대중문화 콘텐츠의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류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헤럴드 경제)는 "한류와 관련된 문제를 제기할때 늘 이정도 콘텐츠 갖고는 안된다는 지적을 많이 하는데 그런면에서 콘텐츠를 어떤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말하고 "현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대중의 마음을 읽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그간 많은 세미나와 토론회를 가졌지만 올바른 한류의 문제인식을 더욱 활발히 해야 하고 작가나 제작자들에게도 방향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초론자인 변희재 대표(미디어 빅뉴스)는 "현 대중문화는 87년의 정치적 상황인 승자독식구조를 그대로 갖고 있다. 대중문화 시스템이 다양성과 합리성이 공존 할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중문화의 제아무리 뛰어난 천재가 등장한다해도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그 천재가 문화생산을 할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시스템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박사는 "처음 한류가 태동한 중국의 경우 수익을 전혀 발생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이후 수익이 발생한 일본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한류가 유지되었던 것은 한류콘텐츠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일본내 기업과 시장의 이윤메카니즘에 한류콘텐츠가 들어맞아 수익모델로 작용한 탓이지 문화의 우수성만으로는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주의 침체기를 오랫동안 겪은 일본에 등장한 '겨울연가'는 오랜 침체기를 겪고난 일본인들의 정서적 퇴행기에 맞아 떨어졌고 '복고드라마'로서 '겨울연가'는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일본의 현상태로는 국내 드라마 콘텐츠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황용희 문화부장(스포츠월드)은 "한류 현장을 취재 다니며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보다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라며 "지금의 한류는 대부분 기업이나 정부의 개입없이 사업자 스스로 현지에 나가 고생한 결과다. 그런데 한류라고 해서 붐이 일자 갑작스레 정부와 기업들이 한류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개입이 현재 한류를 만들어 이끌고 있는 이들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한류는 무작정 개입하기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연구되고 발전된 논의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 스스로가 제2의 한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하 선생은 "변형의 시스템도 콘텐츠의 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고 예술에 있어서 내용(콘텐츠)보다 무서운 것은 없다"면서 "최근 국악 퓨전, 전통예술 크로스오버라고 외치는데 그것이 그리 쉽게 접근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중들이 내 책은 안보더라도 여러분의 기사를 읽을테니 여러분들이 골치아프고 어렵더라도 연구하고 노력해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수출 하락, 한국영화 점유율 감소, 음반시장의 몰락, 한류콘텐츠의 급속한 감소등으로 한류와 함께 한국 대중문화의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주도했던 한류콘텐츠가 급속히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지하 선생의 이번 토론회는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지하 선생은 말한다. "무조건 안된다고 반박하고 무조건 성공한다고 장담하지 말고 문제점을 제대로 봐야 할것 아닌가"
빅뉴스
(김지하 선생의 "문화부 기자들과 풀어내는 한류이야기" 참석자)
하윤금 박사(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 황용희 연예문화부장(스포츠월드) /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헤럴드경제) / 정재욱 변호사
변희재 대표(미디어 빅뉴스) / 조호열 대중문화기자(미디어 빅뉴스) / 이재승 팀장(경기문화재단 한류우드 사업팀) / 권수정 경지문화
재단 한류우드 사업팀 / 신승일 한류전략연구소장 / 김지영 수원과학대 교수 창무예술원 / 유영훈 사무국장 / 안재영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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