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상징처럼 표현되던 게스청바지, 지금의 PDA보다 1.5배는 더 컸던 워크맨과 서태지, 집앞 문구점에서 구입한 해적판 슬램덩크 만화책등은 대중문화의 황금기라 부르던 90년대의 풍경이다.
최근들어 90년대 대중문화에 심취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추억'이라는 이름과 함께 당시 유행했던 음악, 드라마, 영화는 물론 만화, 잡지, 광고, 방송프로그램등이 추억을 지나 현재로 걸어나오고 있다.
'젊음의 행진'의 부활과 '90년대'로의 여행
1981년부터 1994년까지 방송됐던 음악 버라이어티쇼 '젊음의 행진'이 2006년 '8090 젊음의 행진 콘서트'로 부활했다. 케이블방송인 tvN '박수홍의 something new'에도 8090문화를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됐고 SBS 러브FM '윤지영의 러브FM 8090'과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도 '8090' 문화를 되짚어 소개한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등에도 '90년대 공감'시리즈가 번지고 90년대를 풍미했던 만화와 드라마들의 사진과 내용을 게시하고 추억에 잠기는 네티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90년대를 추억하는 네티즌들의 블로그는 헤아릴수 없이 많고 카페와 커뮤니티등을 통해서도 다양한 90년대 문화를 깨우고 있다.
소위 '7080세대'를 대체하는 '8090세대'는 실질적으로 대중문화를 가장 강력히 소비하는 소비계층이다. 80년대와 90년대 10대-20대의 젊음을 보냈던 이들이 30대-40대가 되면서 지난날 자신들이 향유했던 '90년대 문화'를 추억하며 90년대 문화콘텐츠를 빠르게 재생산하고 이를 소비하고 있다.
길보드 차트와 서태지로 대변되는 '8090'의 대중음악
'8090' 문화콘텐츠중 가장 강력히 소비되는 분야가 바로 음악이다. 90년대 한국대중음악은 국내 가요시장의 전성기이자 황금기였고 POP, 메탈, ROCK등 세계적으로도 대중음악의 전성기였다.
90년대 초반 '미소속에 비친 그대'로 등장한 신승훈과 '너를 향한 마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등을 히트시키며 부상한 이승환, '난 알아요'로 단숨에 가요계를 평정한 서태지와 아이들, '아주 오래된 연인들'의 공일오비등 실력과 음악성, 대중성과 시장성을 가진 가수들의 등장은 국내 대중음악시장의 파이를 급속히 키웠다.
대중음악시장의 팽창과 더불어 한국 가요계에는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등장했다. 솔로 가수로 김종서, 조정현, 김민우, 신해철, 양수경, 박준하, 이덕진등이 등장했고 노이즈, R.ef, 듀스, 솔리드, DJ.doc, 녹색지대등 많은 그룹들이 활동했다.
전성기를 맞이했던 90년대 대중음악은 '길보드 차트'의 등장과 함께 그 정점을 맞이했다. '길보드 차트'란 길거리 노점상에서 판매하던 '불법복제음반'시장이다. 미국의 음악순위를 알려주는 '빌보드 차트'에서 나온 '길보드 차트'는 당시 국내 어떤 대중음악집계보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신곡과 유행곡의 반영이 즉각적으로 이뤄져 방송집계보다도 신뢰를 얻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90년대 후반 IMF를 맞아 음반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대중음악계가 침체기를 맞게 되면서 '길보드 차트'는 '불법복제음반'이라는 점과 기존의 CD/TAPE를 대체한 MP3의 보급등으로 점차 사라져갔다.
그럼에도 '길보드 차트'는 방송보다도 빠르게 신곡을 거리에 전파했고 가장 유행하는 노래들을 선별해 판매하는등 대중들 가까이에서 대중음악과 함께한 순기능이 크게 돋보인 문화현상으로 꼽힌다.
또 대중음악계를 장악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공식은퇴를 선언함과 동시에 'H.O.T', '젝스키스', '핑클', '베이비복스', 'S.E.S'등 아이돌그룹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아이돌그룹'의 전성기를 열었다. 1997년을 기점으로 한 아이돌그룹의 확산은 '비주얼형 가수'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인기가 확산됐고 아이돌 그룹들은 저마다의 영역을 구축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007년 '90년대 음악'이 확산되는 이유
세계적으로 대중음악의 황금기였던 '90년대'의 대중음악은 장르가 다양했고 각각의 음악성이 있었으며 저마다의 가창력이 뛰어났다. 여기에 약간의 댄스, 퍼포먼스등이 결합해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대중들에게 제공했고 치열한 경쟁속에서 '음악적 고민'이 깊던 시기였다.
그런 시절을 보낸 '8090'세대들이 단순히 추억을 되살리려 '90년대 음악'에 심취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등장한 스타 가수들의 대다수는 어린시절부터 기획사가 아닌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탐구했고 수많은 언더그라운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완성시켜 갔다. 신승훈, 이승환, 윤종신, 윤상, 서태지, 유영석등 데뷔시점부터 그들의 음악은 어느정도 완성도를 지녔고 독특한 색깔을 뿜어냈다.
비주얼이 중시되고 기획사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지듯 탄생하는 가수가 아니라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해온 이들이였기에 각각의 영역에서 대중들의 가슴속에 깊이 파고들수 있었다.
최근 한국의대중음악은 '음악'이라기 보다 '비디오'에 가깝다. 즉 비주얼을 중시하고 보다 자극적인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다. 대중음악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보다는 더욱 극대화된 수익을 위해 음반을 제작하고 프로젝트 그룹들이 탄생한다.
음악적 색깔이나 그 가수만의 음악세계는 무시되고 음악적 완성도보다 안무의 완성도에 애쓰고 대중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보다 어떠한 의상을 입을것인지를 고민한다.
풍부한 대중음악을 토양으로 성장해온 '8090'세대들이 현재의 대중음악을 외면하고 90년대 음악에 심취하는 것은 현재의 대중음악이 90년대 당시의 대중음악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090'세대들의 90년대 음악으로의 회귀는 스타 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아닌 살아 숨쉬는 '음악'을 만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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