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원화 대비 엔화값)은 어디까지 떨어질까?
지난 14일 원/100엔 기준환율은 768.6원으로 2월12일(766.2원) 이후 석달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는 "저점 부근이 아니겠냐"는 의견이 많다. 그 근거는 2가지.
올 하반기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논리가 첫번째다.
또 하나는 주가 등 자산가격이 떨어질 위험이 높아지면 엔 캐리트레이드(저리에 엔화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기법)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느 쪽이든 중기적으로는 원/엔 환율이 반등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싣는다. 적어도 올해말 원/엔 환율은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는 원화 강세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렸다.
표한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의 경우 760원이 심리적 저항선"이라며 "일본이 7월 참의원 선거 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800원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엔/달러 환율은 120엔대 초반, 원/달러 환율은 920원선이 저항선"이라며 "올 4/4분기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과 일본의 금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의 위험이 남아있어서다.
금리정책이 엔화 환율의 결정적 변수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엔화를 '금리통화'가 아닌 '해외자산 통화'로 간주하는 쪽의 논리다.
한 외환 딜러는 "최근의 엔화 약세는 엔 캐리트레이드 때문"이라며 "전세계 자산시장이 조정을 받을 상황이 오면 엔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좁혀지더라도 엔 캐리트레이드를 청산시키기에는 부족한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전세계 주식 등 자산시장이 랠리를 이어갈 경우에는 엔화도 지금처럼 약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원/엔 환율이 추가로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엔화 약세가 주춤해지더라도 원화 강세를 피하기는 힘들다는 이유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세가 약해지지 않고 있는데다, 하반기에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며 "원/엔 환율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표 연구위원은 "지난 1995년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적이 있다"며 "만약 지금처럼 원/엔 환율이 떨어진다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경우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증권 이 부장은 "올해말 이후 달러화 약세 때문에 엔화 뿐 아니라 원화까지 덩달아 강세를 보일 수도 있다"며 "연말부터는 원/달러 환율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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