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가 6년 만에 처음으로 늘어난 가운데 출생 통계를 교란시키는 주범인 이른바 '띠' 효과에 새삼 관심이 모아진다.
예측을 자제해 온 통계청이 7일 이례적으로 "올해는 출생아 수가 더 늘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것도 속칭 '황금돼지 띠' 효과라는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정해(丁亥)년인 올해는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 해'여서 올해 태어난 아기는 재복이 많다"는 속설이 나돈 때문이다.
출생아 수에 미치는 영향으로 치면 '말띠' 효과도 만만치 않다. 출생아 수가 급감하거나, 이듬해 출생아 수가 급증하는 등의 현상이 이른바 '말띠 해' 효과다.
"말띠 여자는 팔자가 세다"는 속설이 주된 이유다. 태아가 여성일 가능성을 고려해 말띠 해를 앞두고는 가급적 아이를 갖지 않거나, 성별 감식 결과 여성이라면 출산 또는 출생신고를 이듬해로 미루는 현상이 벌어졌다.
출생 통계가 정교해진 1970년 이후만 살펴봐도 1978, 1990, 2000년 등이 그랬다.
70년대 후반 출생아 수 추이를 살펴보면, 77년 82만7079명에서 78년 75만2409명으로 급감했다가 이듬해인 79년 86만4297명으로 다시 급증했다.
90년에는 출생아 수가 65만8552명으로 전년(64만6197명)보다 소폭 늘었지만, 이듬해(91년)에는 71만8279명으로 갑자기 늘었다. 2002년의 경우는 2001년 55만7228명에서 49만4625명으로 무려 11%나 급감했다.
출생아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남녀 성비'(여성 100명당 남성 수)도 '말띠 해'에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90년의 경우 남녀 성비는 무려 116명에 달했다. 여자 아이 100명이 태어날 때 남자 아이는 116명이나 태어났다는 얘기다. 85~95년 평균 성비가 113명 수준이었음에 비춰 유난히 높은 수준이다.
이후 '남아 선호사상'이 완화된 2002년의 남녀 성비도 110명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00~2005년 평균 성비 109명을 소폭 웃돈다.
통계청 관계자는 "특정한 해의 남녀 성비가 당시의 평균 성비를 크게 웃돌았다면 이는 여자 아이에 대해 출산이나 출생신고를 이듬해로 미루는 등의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순리대로라면 '말띠'였을 운명의 여자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지금은 '양띠'로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말띠 해와 그 이듬해를 합쳐보면 정상적인 성비가 나올까? 2002년과 2003년을 놓고 보자.
2002~2003년 당시 출생아(98만8096명)의 남녀 성비 역시 109.4명로, 자연 성비(103~107명)와 큰 차이를 보였다. 남녀 성비 109.4명을 뒤집어 계산하면 남자아이 100명이 태어날 때 여자아이 91.4명이 태어난 셈이다.
만약 2002~2003년 출생한 남자아이(51만6167명)만큼 여자아이들도 자연 성비(105명 기준)에 따라 태어났다면 당시 여자 출생아 수는 49만1391명이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당시에 태어난 여자아이의 수는 47만1929명에 그쳤다. 자연 성비를 가정할 때에 비해 약 1만9462명의 여자아이가 덜 태어난 셈이다.
통계상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남아 선호사상'의 낡은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park@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