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상 최악의 총격사건으로 기록된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한국 교포학생인 조승희(23.영문학과)라고 학교당국이 17일 발표했다.
범인인 조승희는 영문학과 4학년으로 미국 영주권자이며, 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주소지를 두고 있지만 이 학교 하퍼 홀 기숙사에서 거주해왔다고 학교측은 경찰 조사를 인용해 밝혔다.
웬델 플린츔 버지니아공대 경찰청장은 범인이 "미국에 영주권을 갖고 거주하고 있는 23세의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영주권자는 '그린카드'라고 불리는 영주권을 갖고 미국에 기간 제한없이 거주할 수 있지만 '외국인 거주자(a resident alien)'로 분류돼 국적은 한국인이다.
조승희는 9mm와 22mm 권총 두 자루를 가지고 16일 오전 7시 15분께(현지시각) 이 학교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 기숙사에서 2명을 사살한데 이어 약 2시간 뒤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에서도 총기를 난사해 30여명을 사살한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노리스홀에서 범인이 사용한 권총 두 자루를 수거해 정밀 검사를 벌인 결과, 이들 권총이 기숙사 총격에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이번 사건은 동일범의 단독범행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경찰은 그러나 공동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범인이 메고 있던 가방에서는 지난 3월 구입한 글록 9mm 권총의 영수증이 발견됐으며, 현장에서 수거된 권총에서는 지문이 검출됐다.
경찰은 그러나 조군이 범행 직후 자살해 왜 이같은 일을 저질렀는지, 그 동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래리 힝커 학교 대변인은 "그는 '고립된 생활을 한 학생(loner)'이어서 그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CNN과 폭스뉴스 등 미국 언론은 이날 경찰 기자회견을 생중계하면서 범인이 한국인 '조승희(Cho Seung Hui)'라고 자막을 넣어 대대적으로 보도했으며 AP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범인이 한국인임을 긴급 보도했다.
한편 한교 당국은 노리스홀 2층의 최소 4개 교실 등에서 밤새 시신 수거작업을 벌였으며, 범인의 시신도 이들 교실 중 한 곳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범인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어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32명의 시신은 모두 인근 검안소로 옮겨져 신원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최종 신원을 조사한뒤 공식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학교측은 말했다. 대학당국은 이번주 휴교령을 내렸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이 대학에서 열리는 추모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백악관이 발표했으며, 일본을 방문 중이던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도 추모식 참석을 위해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블랙스버그=연합뉴스) lk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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