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파'와 '당 사수 재창당파' 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던 열린우리당 의원총회는 '신당 논의'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은 봉합된 모양새다.
의총 결과, 열린우리당은 당 지도부가 정계개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고, 결과는 정기국회가 끝난 후 내리기로 결정했다.
노웅래 공보부대표는 2일 오후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을 통해 "비상대책위원회가 향후 정치일정을 책임 있게 논의하고 그 결과를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 의총에 보고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 공보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지난 재보선 결과에 대한 민심을 수용하고, 이제는 변화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며 "우리 자신이 먼저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노 부대표는 이어 구체적인 지도부의 활동에 대해 "당 외의 정치세력을 만나는 것이나 전당대회를 포함한 모든 준비에 지도부가 책임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계개편을 위한 수임기구 설치여부는 'TFT를 만들자'는 의견이 있었고, 김 의장이 이에 동의했지만 김원기 의원이 ‘비대위 외의 또 다른 기구는 옥상옥’이라고 지적해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한길 "결론은 정기국회 끝난 다음에 내자" 제안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근태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5.31 지자체 선거와 두 번의 재보선에서 민심은 우리에게 준엄한 심판을 했다"며 "우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다만 어떻게 변할 것인지, 언제 어디로 갈 것인지,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 형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한길 원내대표는 "최소한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정계개편 논의보다 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의총에서 (당 진로 등에 대한) 논의는 하되 결론은 정기국회가 끝난 다음에 내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또 "우리 앞에는 나라 걱정과 당 걱정이 놓여 있는데 나라 걱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나라의 안보와 경제가 비상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나라 걱정을 제쳐두고 우리 살길만 걱정한다면 국민들이 우리를 걱정할 것"이라며 전날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특히 전날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계개편 논의에서 손을 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염두에 둔 듯 "대통령도 안보와 경제 위기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한 것"이라며 "당과 대통령이 각자 맞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재보선의 연이은 패배의 의미는 변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질서 있는 논의이고, 질서 있는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 진로 논의 기구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의총에서는 신당창당 등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의 당 진로와 관련, 이를 논의하는 기구를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원식 사무부총장은 의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진로에 대한 공식 논의기구를 두기로 했다"며 "이 기구에는 비상대책위원 일부와 다른 의원들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 의원은 그러나 이 기구의 성격에 대해 "신당을 만들기 위한 기구라고 할 수는 없다"고 일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당 진로와 관련해)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의견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 기구의 설치시점을 "11월 말이나 12월 초 정도"라고 내다봤다. 즉,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우 의원의 설명이다.
비공개 의총 '백화점 식' 주장 난립
오전 10시 열린 이날 의총에서는 그간 당내의 여러 계파와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던 각종 정계개편 논의들이 '백화점 식'으로 펼쳐졌다.
이는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나온 의원들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
김원웅 의원은 "(여러 가지 방안을) 신중하게 논의하는 중"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반면 김혁규 의원은 "(정계개편 등과 관련해) 일반적인 얘기들만 하고 있다"면서도 "전당대회는 당의 진로를 결정해야지 단순히 지도부만을 선출하는 자리여서는 안된다"는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유선호 의원은 "신당 창당을 위한 비대위 내 TFT(테스크포스팀)을 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영달 의원은 "민주당 하나만을 통합의 대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유 의원과 장 의원은 김근태 의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민평련 내에서도 신당에 대한 의견이 강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경수 의원은 "우리당의 색깔을 갖고 당의 삶과 죽음을 선택하고 논의해야 하며, 정체성 부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대표적인 통합론자인 배기선 의원은 “신당을 준비할 때가 되면 하겠지만, 지금은 북핵위기로 인한 불안을 해소하고 서민경제를 살려 여당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때”라며 “비대위에서 이에대한 준비를 많이 하고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양형일 의원은 "정계개편 논의는 이미 시작됐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며 "질서 있게 논의하자"는 입장이었다.
김영춘 의원은 "지금은 신당창당 등 정계개편을 가지고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배기선 의원은 "구체적인 논의는 물밑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고, 최규상 의원은 "우리당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며 "다만 평화번영세력이 통합할 수 있는 논의기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통합을 위한 논의기구는 만들어야지만 정기국회를 방해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오늘은 무엇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게 전체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유인태 의원의 발언이다. 일정을 이유로 먼저 자리를 뜬 유 의원에게 기자단이 논의 내용을 묻자 유 의원은 "(신당 혹은 정계개편을 위한) 논의 기구는 무슨 논의기구냐"며 "애들한테 물어보라"고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유 의원은 자신이 나올 당시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공자님 말씀들만 하고 있다"면서도 "(결국) 비대위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원들 간의 논의가 '맥빠진 형식'으로 진행되자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는 결국 오후 1시경 의총을 끝냈다.
한편 이날 의원총회에서 친노그룹의 강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친노그룹 의원들은 비공개 회의 30분이 지난 시간부터 하나 둘 자리를 떠나 일종의 '침묵시위'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이 관측이 유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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