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기업의 정치헌금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투자가 그룹들의 압박이 전례 없이 거세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파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20여개 펀드매니저 그룹은 정기주총 시즌을 맞아 대기업들을 상대로 정치헌금의 세부항목을 공개하고 정치자금 제공 시 이사회의 승인을 얻을 것을 요구하는 한편 개별기업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협회에 의한 비밀 정치기부금 감시를 촉구하는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중심에는 410억달러 규모의 뉴욕시 연금기금과 전미트럭운전사조합 연금기금, 벤처캐피털인 월든 인터내셔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운용하는 기금 규모는 총 550억 달러에 달한다.
기업 투자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AT&T와 보잉, 씨티그룹 등 우량기업을 포함한 42개 업체가 투자가 그룹들로부터 정치헌금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도록 요구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파이자, 셰브론 등 다른 10개 업체는 정치헌금의 공개 방식을 개선하기로 동의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기업의 정치헌금은 투자가 그룹의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톰 딜레이 전(前) 공화당 원내대표가 2001년 8월 한미교류협회 후원으로 한국을 공짜로 방문했으며 당시 한미교류협회 이외에 다른 미국 단체로부터도 후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작년 6월 사퇴한 사건 등이 불거지며 투자자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기업의 정치헌금 공개를 촉구해온 '정치책임센터'라는 단체가 이날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100대 미국 기업 가운데 17개 기업만이 연례보고서나 웹사이트에 정치헌금의 세목을 공개했다. 또 S&P 100 지수에 포함되는 기업의 3분의 2가 이사회에 정치헌금을 심사토록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가 그룹들은 정치헌금의 공개와 이사회 감시를 통해 경영진이 기업자금으로 친한 정치인을 돕거나 기업목표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 중인 정치인에게 후원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협회 등 업계 이익단체가 거둬들인 기업자금을 정치운동에 쓰는지 여부가 공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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