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빈곤 탈피가 성공적으로 진척되는 상황에서 지난 40년간 유지돼온 아시아개발은행(ADB)의 기능이 바뀌어야할 시점이 됐다고 ADB 위촉 보고서가 권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일자에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ADB 총재가 이끄는 패널의 위촉으로 작성된 보고서를 인용해 아시아의 최빈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점에서 선진권의 잉여 자금을 개도권 개발에 끌어들이는 주요 창구가 돼온 ADB의 기존 역할 모델이 재고돼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동아시아인의 95% 가량이 중간 소득국에 살게될 것이라면서 이는 역내 인구 20억명 가운데 2천500만명 미만이 그 시점에도 빈곤선 이하 생활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패널 보고서는 "변화하는 아시아에서 전통적인 개발은행 모델이 넘쳐나게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ADB가 역내의 새롭고 급격히 진전되는 경제.정치 및 환경적 변화에 적응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그렇지 못하면 역내의 주요 고객들로부터 외면받는 위험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ADB의 개발은행 기능이 최근 중국에 의해 위협받아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중국 국유 금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자금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 예로 지난 1월 필리핀 국영 수자원관리국(MWSS)이 ADB가 아닌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신규 자금을 지원받은 점을 상기시켰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낸 수파차이 파닛차팍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 사무총장이 작성을 주도한 보고서는 ADB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간 초점을 맞춰온 빈곤 퇴치 쪽에서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성장 지원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아시아 역내의 자금 지원-수혜자를 연결하는 금융 중재자 역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ADB가 역내 인프라 및 금융 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에너지와 환경, 기술 및 혁신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역 통합과 지식 관리 등의 새로운 역내 활동도 적극 지원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파차이 총장은 "세계은행도 지향하듯이 ADB도 '지식은행' 역할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10년 후에는 기존의 개발은행에 대한 수요가 훨씬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총재도 ADB의 기본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그러나 이것이 ADB의 2천400여 인력을 감축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쪽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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