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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3월24일 밤. 모 공영방송사의 이슈와 비평란은 웃기다 못해 실소를 자아내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었다.

『종부세 해당자는 전국민의 2.1%에 불과한다 ···.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1천7백77만 가구의 2.1%에 해당하는 38만 세대만이 종부세를 물고 있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신문 · 방송들은 세금폭탄이다 말폭탄이다 해가며 연일 떠들어 내고 있다 ···.』

그리고 주요 언론사 사주 · 간부들의 명단까지 제시하며 언론사쪽 사람들은 (부자들이 많아서) 30%가까이가 종부세를 내고 있다는 주석까지 달았다.

그냥 지나쳐버리면 평범한 사실보도에 불과한 것 같지만 방송보도의 행간을 꼼꼼히 짚어보면 그 속에는 편가르기, 양극화부채질 ··· 있는 자를 적대시하고 배 아파하는 사람들을 달래려하는 듯 한 의도가 분명히 엿보인다. 비싼집 사는 것이 - 종부세 내는 것이 무슨 죄지은 것처럼 몰아붙이고 있는 것.

1개월 전쯤 됐을까. 건교부는 연말에 가면 종부세가 최고 2~3배까지 크게 오를 수도 있다는 예고 기사를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종부세의 위력을 과시했다. 서민들을 달래는 데는 얼마간 효과가 있을 법 하지만 비싼집에 사는 사람들은 분명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

정부쪽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한 듯싶은 이 기사는 종부세가 정당하게 매겨지고 있고 98%에 달하는 대다수 국민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은연중 비싼집에 사는 사람들을 겁주고, 매도하고, 윽박지르고, 편가르기하고 있었다.

그럼 정부는 이런 웃기는(?) 기사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을까? 비싼집에서 살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돈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 - 분배 정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국민대다수의 동의를 얻어내서 경제 살리기 정책을 펴나가는데 도움이 됐을까.

아니다. 국민지지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분배 정의도 실현하지 못하고, 경제 살리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부자들의 재산을 털어내어 가난한사람들에게 나누어주려는 활빈당식 분배정책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갖고 있는 것을 빼앗기는 소수 기득권층은 정부의 개혁정책에 강력하게 저항한다. 그대신 분배받는 쪽인 다수 소외계층은 무엇을 분배받는지 알지 못한다. 당연히 저항은 강하게 나타나고 지지는 미지근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아르헨티나의 페론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도 실패할 수밖에 없게 돼있다.

종부세로 부동산 투기 잡아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상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종부세는 국민지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럼 분배정의는 실현될 수 있는가. 그렇지가 않다. 종부세 · 양도세 해가며 세금폭탄 퍼부어 봐야 거두어 드릴 수 있는 세금은 겨우 10조원 안팎이다. 이것으로 사회적 일자리 만들어 봐야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다. 투자할 돈은 한푼도 나오지 않는다. 시장경제 질서만 흔들어 놓고 부자들 돈지갑만 닫게 만들어 투자 안되고, 소비 안되고, 그래서 경제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만하게 된다.

민주주의는 만인평등이다. 성인이 되면 모든 국민은 1인1표씩 평등하게 행사한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다르다. 경제의 세계에서는 있는 사람은 수백만표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반해 가난한 사람은 1표의 영향력도 행사할 수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우리경제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이슈 · 비평에서 매도(?)하려하던, 국민의 2.1%에 불과한 종부세 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은데 무슨 수로 경제 살리고, 일자리 만들고, 소득 얻게 해줄 수 있는가.

역설적인 얘기지만 민주주의에는 정의가 있어도 분배정의는 (이론상으로는 존재하지만 현실사회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참여정부 사람들은 (의욕은 넘쳐흐르지만) 경제의 이런 야박한 이치를 모른다. DNA가 그렇게 돼있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경제살리는 데는 도움이 되는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종부세를 무겁게 매기려면 세금이 무서운 사람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 놓아야 한다. 그런데 참여정부는 양도세를 더욱 무겁게 해서 퇴로를 막아 놓았다. 팔수도 살수도 없게 해 놓았다. 거래 없이 집값만 오르고 있다. 어찌 보면 버블지역의 집값 폭등은 정부가 부채질한 것. 부동산 경기는 침체되고 덩달아 경제 살리기가 차질을 빚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사람들은 순진하게 말한다. 종부세 · 양도세가 무서우면 비싼 강남집 팔고 (값싼) 강북으로 이사 가면 될 것 아니냐. 대통령도, 총리도, 부총리도 이런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국민 중 누가 (비싼 세금물고) 자산가치 감소하는 것 (재산손실)을 무릅쓰고 (손해 보면서) 살기 편한 곳에서 살기 불편한 곳으로 이사 간단 말인가.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반국민의 DNA 속에는 정책하는 사람들의 그런 허황한 생각을 뒷받침해줄만한 여유가 없다.

정부는 또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우리경제에는 낮잠 자고 있는 엄청난 돈(금융자산 600조원, 기업 사내 유보금 500조원 등)이 정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중에서 1~2백조원만 투자되거나 소비되어도 경제성장율은 7~8%까지 쑥쑥 올라가고 일자리는 쏟아진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 돈 안 들고 민간 돈 움직이게 하는) 쉽게 경제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제쳐놓고 세금폭탄 때려가며 국민이 싫어하는 세금 거두어다 복지한다, 사회적 일자리 만든다 해가며 부산을 떤다. 왜 이렇게 실속 없는 힘든 일만 골라하는가.

아이디어가 없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 테고 ···. 경제 DNA가 색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경제 살리려면 참여정부 사람들의 경제 DNA를 재감정해야 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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