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학원법 시행 첫 날인 23일 밤 서울 시내 주요 학원가는 관할 교육청 단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한 시간을 초과해 강습을 하는 등 `배짱'을 부리는 모습이었다.
시도 조례가 정하는 범위에서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개정 법안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학원은 오후 10시 이후에는 수업을 할 수 없지만 일부 학원들은 자정 무렵까지도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대표적인 `학원 1번지'로 손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일대를 점검하러 나온 강남교육청 단속 공무원들이 대형 입시학원인 `강남 메가스터디 학원'과 소규모 보습학원 3곳에 대한 점검을 마치고 돌아간 오후 10시30분께.
건물 1개당 2~3곳의 학원이 밀집한 대치역 인근 학원들은 대부분 문을 내리고 있었지만 삼성역 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보면 여전히 불을 밝힌 채 성업 중인 학원들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2층에는 특목고 대비 입시학원, 3~6층에는 논술학원이 입주한 한 빌딩은 출입문에는 셔터를 내려놓았으나 지하주차장 입구를 통해 늦은 시간까지도 학생들이 드나들었다.
잠시 후 수업을 마치고 몰려나온 학생들은 "11시까지 수업을 한다"고 했고, 논술학원 원장 A씨도 연합뉴스 기자와 맞닥뜨리자 다소 당황한 표정으로 "11시까지는 수업을 해도 되는 줄 알았다. 요즘 단속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빌딩 내부로 들어가보니 1층 현관에 적힌 특목고 입시학원 시간표가 눈에 들어왔다. 시간표에 따르면 `민사고반'이 오후 11시50분, `외국어고반'이 오후 10시20분까지 운영 중이다. 실제로 민사고반을 수강하는 중학생들은 11시30분까지도 수업을 듣고 있었다.
대치동과 함께 서울 시내 주요 학원가로 손꼽히는 노원구 중계동과 양천구 목동 일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 밀집지역인 중계동 은행사거리는 오후 10시 이후에도 학원 간판이 부착된 건물은 대부분 불이 켜진 상태였다.
오후 11시까지 수업을 진행한 H학원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학생 건강을 배려해 제한 시간을 뒀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효과가 있겠나. 어차피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밤 늦게까지 독서실을 보낼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역시 오후 11시까지 수업을 편성한 인근 S학원 관계자도 "제한시간을 지킨다고 해도 경영에 큰 차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책 의도를 이해할 수가 없다. 중계동 과외방은 새벽 2시까지도 영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학원보다는 과외방 단속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털어놨다.
목동 신목중 부근 학원가도 대부분 오후 11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11시께 수업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보충수업으로 11시30분이나 12시까지도 운영하는 학원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5일부터 한 달 동안 수강료 안정화를 위한 특별점검지도에 나서면서 매일같이 학원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 처럼 버젓이 규정을 어기는 학원들이 적지 않아 단속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단속 현장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우리 교육청에는 지도 점검요원이 2명이라 하루에 점검할 수 있는 학원이 2곳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관내 학원을 다 돌아보려면 매일 지도를 해도 7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나마 특별점검을 하면 홍보효과가 있으니 이렇게라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 동안 조례로만 규정돼 있던 학원 수업시간 제한이 이날부터 법으로 시행되면서 향후 강도높은 규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교육청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한 지역 교육청 공무원은 "그 동안 조례에 따라 단속을 하기는 했지만 학원들이 문제를 제기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며 반겼다.
교육청은 수강료 집중 점검을 마치면 별도의 계획을 수립해 심야 학원수업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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