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자국 기자를 구하기 위해 탈레반 반군 지도자급 인사 5명의 석방을 교환 조건으로 제시한 데 대해 미국과 영국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치적 입지가 여전히 불안한 로마노 프로디 총리 내각이 차기 선거를 겨냥해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납치기자와 탈레반 반군 지도자 5명의 맞교환 석방을 밀어붙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이탈리아 정치권 소식통과 미국 관리 등을 인용해 지난 5일 대니얼 마스트로쟈코모 기자 납치 사건은 이탈리아 정가로서는 미묘한 시점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시절부터 이탈리아에서는 이라크나 아프간으로의 파병에 대해 반대 여론이 높았는데 만약 이탈리아인이 목숨을 잃는다면 정치적 위기를 겨우 넘긴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다음번 선거에서 크게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프로디 총리는 지난달 21일 아프간 파병 연장 및 재정지원 동의안에 대한 상원 표결 패배 직후 내각이 총 사퇴하는 등 궁지에 몰렸지만 이달 초 상.하원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겨우 체면을 차릴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현재 아프간 주둔 나토군에 병력 2천명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석방을 둘러싸고 국제사회는 테러리스트나 납치범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일 뿐 아니라 납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외교부의 한 대변인도 이번 일이 "인질 납치를 꾀하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도 이번 일로 다국적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납치를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탈리아 기자가 탈레반 인사와 맞교환된데 대해 '경악했다'며 미국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해 이탈리아측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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