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대미(大尾)를 다음주 서울에서 열리는 '끝장토론'으로 마무리하겠다고 합의하면서 과연 최종 타결에 이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두 갈래 고위급 협상을 진행해온 한미 양측은 19일(현지시간) 이번 협상만으로는 핵심 쟁점을 타결짓기 어렵다고 보고 일찌감치 후속 고위급 협상 일정을 확정했다.
한국시간 31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26일부터 완전타결에 이를때까지 마라톤 협상을 하는 '끝장토론'에 들어간다.
◇ 끝장토론 주메뉴는 車.쇠고기
'끝장토론'의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되는 의제는 역시 서로 최대의 '딜 브레이커'(협상결렬요인)로 꼽는 자동차와 농산물이다.
미국 협상단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 자동차업계와 노조,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한 삼중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이 제시한 배기량 기준 세제의 완화만으로는 의회를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한 미국 협상단은 자동차 기술과 환경표준 등 부가분야에서 소득을 올리는 것은 물론, 한국산 자동차 관세철폐기한을 최대한 늦추기로 하고 FTA를 타결하려면 한국이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역시 자동차 분야에서 배수진을 치고 있다. 이미 세제분야 양보는 물론 관세철폐시한도 당초 즉시철폐에서 3년내 철폐로 물러서는 '성의'까지 표시한 상황에서 대(對)미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자동차와 부품의 관세철폐가 중장기로 미뤄지거나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판매 연계 등 다른 조건에 연동된다면 '건질 게 없는' 상황이 되는 탓이다.
우리측은 특히 기대했던 무역구제분야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기 힘들어짐에 따라 자동차쪽에서 후퇴한다는 것은 명분이 서지 않는다.
농산물 역시 협상 시작 이래 1년이 지나 시한 10일을 남겨둔 상황에서 관세철폐대상을 어디까지 할 것인가조차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협상으로 공이 넘어갔고, '뼈있는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논란도 끝장토론에서 답을 찾을 수 밖에 없다.
미국측이 보호장벽을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섬유, 산업적 이해와 국민 건강권 및 공공보험제도의 유효성이 모두 걸려있는 의약품, 미국의 맹렬한 막판 개방공세가 진행중인 방송 등 시청각 서비스, 지적 재산권, 투자분야, 그리고 개성공단산 제품의 한국산 인정문제도 난제다.
◇ 최종 협상지 서울
'끝장토론'은 미국이 이전에 체결했던 호주 등 다른 나라와의 FTA에서도 썼던 협상 방식이다.
협상 끝무렵에는 더 미룰 것 없이 서로 가진 모든 카드를 내밀어 '퍼즐'을 맞추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에서다.
다만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양측이 합의한 끝장토론은 다소 특이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최종 협상지가 워싱턴이 아닌 서울이다.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설명해왔듯이 미국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통상협상, 특히 타결 가능성이 높은 통상협상은 자국의 수도인 워싱턴D.C를 최종 협상장으로 해왔다.
이번 고위급 협상의 진전 정도에 따라 김현종 본부장이 미국으로 가서 협상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이런 관행 때문이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 기획단장은 "미국이 통상협상을 하면서 마지막 회의를 다른 나라에서 한 경우가 많지 않다"며 "서울에서 여는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한다"고 말했다.
장관급 끝장토론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이 수전 슈워브 USTR 대표가 아닌 바티아 부대표를 내세운 점은 협상 '모양새'나 무게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대해 이 기획단장은 "슈워브 대표가 미국 의회와 중요한 협의가 있어 워싱턴을 떠나기 어려우며 바티아 부대표는 완전한 전권을 갖고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31일까지 타결 안되면(?)
협상의 속성상 100% 타결 확신이란 있을 수 없고 협상의 기술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스스로 더 시급한 상황임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미 양측이 "고품질의 협상을 타결할 것으로 생각한다"는 외교적 수사를 수시로 내놓고 있지만 타결의 보증수표가 되지 못하며 이는 내주 있을 끝장토론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결국 장관급 끝장토론에서도 결정하기 힘든 대목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최종 타결이 협정 비준권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까지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협상내용 보고 등의 형식으로 양국 원수급이 살펴볼 수는 있지만 일단 양측 협상단이 장관급 끝장토론을 협상시한까지 하기로 한 만큼, 구체적 협상이 양국 원수급까지 가지 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31일 오전 7시까지 협상이 종료되지 못하면 협상의 전개 국면은 이전과는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 시한은 양측이 정한 공식 시한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TPA)에 맞춰 설정된 '기술적 시한'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TPA의 규정과 행정관례상 미국 의회는 대통령이 TPA 만료 90일전인 4월1일전 마지막 업무시간까지 협상 체결 의사가 있음을 의회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한을 넘기더라도 협상 자체가 공식 결렬되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지난주 국무회의 석상에서 "신속 절차 안에 하면 아주 좋고, 그 절차의 기간내에 못하면 좀 불편한 절차를 밟더라도 그 이후까지 지속해서 갈 수 있다"고 말한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미국 의회가 시시콜콜 협상에 관여하면서 진전이 힘들어지고 결국 결렬로 귀결될 공산이 커진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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