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최근 3년간 모집단위별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하겠다고 나서자 학교 안팎에서는 `대학서열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수능 합격 안정권 점수를 공개하지 않아온 다른 대학들은 "대학간ㆍ대학내 학과간 서열화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고대의 점수공개 방침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16일 "서울대는 수능을 지원자격으로 활용하지만 일부 학과를 제외하고는 전형에 직접 반영하지 않는다. 수능점수 공개가 공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공개 여부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도 "(점수 공개가) 지원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능이 입학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니며 대학간 서열화 우려도 크기 때문에 이를 검토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희대 정완용 입학관리처장은 "수험생에겐 좋은 정보가 될 수 있겠지만 `줄세우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대부분 학과의 입학성적 순위 변동폭이 매년 큰다. 입학점수 공개시점을 기준으로 학과 서열이 고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서강대와 한양대, 건국대 등 최종 등록자의 수능 평균점수를 공개해왔던 일부 대학들 역시 고려대의 방침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관리처장은 "평균점수 제공만으로 수험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는 것이므로 합격안정권 점수를 발표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관계자 역시 "고려대 식으로 점수를 공개한다면 자칫 학교와 학과의 서열화가 이뤄지게 되므로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려대의 방침을 두고 이 대학 교수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철학과의 한 교수는 "점수 공개가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에 실행되지 않았던 것인데 이제 와 갑자기 점수를 발표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학교가 나서서 점수를 밝히는 것은 수험생들에게 소신지원 보다는 점수에 맞춰 지원하라고 권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법과대학의 한 교수도 "대학별ㆍ대학내 과별 서열화 문제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잣대가 있음에도 수능성적만으로 대학이나 과를 평가하는것은 왜곡된 서열화 문제를 낳을 소지가 크다"고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사범대의 한 교수도 "점수 공개가 학과 `줄세우기'라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며 의대나 법대 등 일부 학과들을 제외하고는 민감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공대의 한 교수는 "수능 점수가 학원들에 의해 사실상 공개된 것과 마찬가지라 학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수험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경영대의 한 교수도 "서열화라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대학 혹은 단과대들이 경쟁체제에서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찬성했다.
(서울=연합뉴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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