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6일 한달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회할 예정이지만 주택법 개정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경제.부동산.민생 관련 주요 법안들이 처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책 운영에 차질이 우려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회동을 갖고 주택법 개정안과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을 3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는 이날 국회의장에게 주택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계속 요구하는 등 민생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았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택법 처리 불투명
서민들의 주거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합의안이 국회의 관련 소위를 거치면서 내용이 다소 바뀌는 등 조정을 거쳤지만 3월 임시국회로 처리가 미뤄졌다.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지만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도 분양가 상한제 등을 9월부터 시행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정세를 보이는 부동산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2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개정안이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정치권이 경제나 민생보다는 대선에 치중, 입법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 등 물건너 간 듯
증권.선물.자산운용.신탁업 등 금융업의 칸막이를 없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자는 취지에서 추진된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권사 지급 결제 업무 허용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의원들간 의견이 크게 엇갈렸으며 일부 의원들은 별도의 은행 계좌 없이 증권사 계좌만으로 돈을 맡기고 자금 이체도 할 수 있도록 하면 사실상 증권사에 은행 업무를 허용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재벌 특혜론까지 제기됐다.
이런 이견과 반발을 고려할 때 3월 임시국회에서의 처리될지 여부도 장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밖에도 10여개가 넘는 경제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계류 중이거나 이번 임시국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4대 사회보험 부과징수 업무의 일괄 처리를 위한 사회보험료 부과 등에 관한 법률과 정부의 금융허브 추진 전략을 담은 금융중심지 조성에 관한 법률,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은 현재 재경위에 걸려있다.
또 찾아가지 않는 휴면예금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기 위한 휴면예금법 제정안, 산업과 금융자본간 차단장치를 보완하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방지 관련 7개 법률 개정안, 테러자금 금지의 억제를 위한 법률 제정안,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관세사법 개정안, 국가회계법 제정안 등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들 법안은 기업환경 개선, 서비스산업 경쟁력 향상, 국가경쟁력 제고 등을 위해 필요한 것들로, 제.개정이 늦어지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국내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방침을 규정한 조세특례법 개정안은 재경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출총제 완화 불투명..기업 불확실성 높아져
정치권의 혼란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가 어려워졌고 기업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개정안을 법사위로 넘겼으나 열린우리당내 일부 의원들이 환상형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강력 반발했고 정당간 대치까지 겹치면서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어렵게 됐다.
공정위는 매년 4월1일을 기준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을 지정해 4월15일께 출총제 적용대상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현행 기준에 따라 적용대상을 지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정치권이 이달 중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논의를 하더라도 출총제 완화는 물론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등을 둘러싼 의원들의 견해차가 커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통과되더라도 시행령 개정 등 후속조치를 위한 시간이 빠듯해 한 치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완화된 출총제가 적용되지 않으면 국회 통과를 전제로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려던 기업들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고, 기업규제 정책의 혼선에 따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시행령만이라도 개정해 출총제 적용대상 기준을 6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비상계획을 마련해 둔 상태지만, 현재 법사위에 계류중인 개정안은 이 금액기준을 시행령에서 법 규정 사항으로 격상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도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미뤄져
현재 국회에는 2018년까지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60%에서 50%로 낮추고 보험료율을 9%에서 12.9%로 높이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비롯해 내년 1월부터 70세이상 노인의 소득하위 60%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법 등이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법 개정안도 3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작년 4월부터 의원 입법으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던 대형마트 규제법의 경우는 정부의 반대로 또 다시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국회로 논의가 미뤄졌다.
정부는 마트 규제보다는 영세상인의 경쟁력 강화가 해답이라며 지역상권 육성법이나 프랜차이즈 육성법으로 대응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대형 마트 영업시간 규제가 실제로 합당한지를 연구해서 6월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며 논의의 여지를 남겨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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