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사실상 마지막 공식 협상이 될 8차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에 대한 절충점 모색과 날카로운 신경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7차 협상 이후 진행된 고위급 접촉과 개별 분과 차원의 비공식 논의를 통해 하나 둘씩 쟁점이 축소되고 있지만 서로 "이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협상이 어렵다"는 '딜 브레이커' 내밀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8차 협상을 전후해 자동차와 무역구제, 농산물, 의약품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창과 방패는 어느 때보다도 강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 차.무역구제 서로 정치적 부담
핵심 쟁점 가운데 우리측이 7차 협상 이전부터 자동차 세제 개편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접점을 찾을 것처럼 보였던 자동차 협상은 8차 협상 목전에 미국 의회쪽의 강경한 움직임이 표면화되면서 꼬이는 모습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거지 미시간주 출신의 칼 레빈 상원의원 등 미국 의회 의원단이 백악관에 전달한 서한에서 한국만 자동차 수입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의 수출 증가분 만큼만 무관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몽니'에 가까운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이다.
외교통상부는 즉각 "미국 행정부가 이를 향후 협상기반으로 삼으려 한다면 FTA 협상을 좌초시키는 '딜-브레이커'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그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려 나섰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서한 서명자에 한미 FTA의 의회 통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하원 세입위원장 찰스 랑겔 의원, 세입 무역소위 샌더 레빈 의원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데다 6월 무역촉진권한(TPA) 시한 만료로 통상협상 주도권을 환수하게 되는 의회 지도자들의 의견을 미 행정부가 무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동차에서 강경 입장을 표명한다면 우리측도 국내에서 무역구제와 관련된 정치적 부담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여야 국회의원 30여명이 무역구제에서 아무런 소득이 없음을 힐난하며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요구하는 등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8차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이 어떤 요구조건을 내걸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미국이 자동차 관련 요구수위를 높인다면 '이익의 균형'을 내세우는 우리측도 한 발 물러섰던 무역구제에서 다시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어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의약.서비스 절충점 모색
협상 초기부터 미국의 강공을 받았던 의약품 분야는 7차 협상을 전후로 타협점을 찾기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양측은 신약의 특허 기간 중 복제의약품의 시판 허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특허 등록 및 품목 허가 소요기간을 특허권 행사 기한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의견을 접근시켰다.
또 의약품 품목허가를 위해 제출된 자료 가운데 미공개 자료의 제3자 원용을 금지하고 의약품의 경제성 평가와 약가협상 결과를 놓고 독립적인 이의신청 절차를 두는 데도 대략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신약 약가결정시 선진국 약가의 일정 비율을 기준으로 최저가를 보장하고 신약의 경제성 평가 실시 시기를 연기해달라는 미국측 요구나 복제 의약품의 상호인정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8차 협상에서는 이들 분야의 타결점을 찾기위한 양측의 기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투자 등 기타 분야에서는 양측이 개방요구 분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달시장에서의 지방정부 배제, 미국 연안해운시장 개방배제 등이 사실상 합의돼 당초 설정했던 높은 수위의 개방은 어려워보인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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