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당과 민주당의 '헤쳐모여식 정계개편'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햇볕정책’이 그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강연회와 인터뷰를 통해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행보에 정치권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DJ는 오는 28일부터 29일 이틀 동안 목포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와 이상열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열린우리당 유선호 전남도당위원장 등 양당의 지역의원, 당직자들이 총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DJ의 목포 방문은 대통령 퇴임 후 8년 만이다. DJ 측은 “고향방문일 뿐,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라”고 하지만 이번 방문을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북핵 사태 이후 '햇볕정책'을 둘러싼 대북문제 발언과 함께, 정계개편을 앞두고 여야가 호남민심을 얻기위해 '구애'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퇴임 후 첫 대중연설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호남 발(發) DJ 메시지’가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DJ가 호남에서 햇볕정책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 즉 반(反)한나라당 세력의 통합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 2일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는 ‘후원의 밤’이 열린다. 김대중 도서관 사업 소개, 후원회 사업 등을 소개할 이 행사에는 정관계, 재계, 학계 인사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앞서 도서관 측은 대규모 후원자 모으기에 나서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북핵 실험 사태 이후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도마에 오르면서 DJ의 행보에 갈수록 무게가 실리자, 열린우리당의 친노 성향 일부를 제외한 의원들은 노 대통령을 비판하며 ‘DJ와 보조 맞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성호 전 의원은 지난 4일 ‘햇볕정책의 복원’을 외치며 탈당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문제를 거론하며 “노 정부는 햇볕정책과 6.15공동선언 정신을 부정하고, 부시 미 행정부의 네오콘과 일본의 자민당 우익정권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동참해 결국 북한의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도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개발로 귀결되었지만 그 적극성이 국민의 정부보다 훨씬 뒤떨어졌고, 한미관계는 한미 FTA 협정의 비민주적 추진으로 여러 가지 암초를 만나고 있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탈당했다.
친노 배제한 정계개편, 햇볕정책 '불씨'
한편 민주당과 열린당 일부에서는 친노 세력을 배제한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공연하게 “열린당과의 통합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두 당의 분당 당시 열린우리당이 새천년민주당을 향해 '구 동교동계'라고 몰아붙이며 '100년 동안 집권 가능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자부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헤쳐모여식 정계개편'에 대해 “신당창당은 국민의 강력한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미 두 당에게 명분은 없다”며 “신당은 내년 대선 승리만을 노리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한 핵실험 사태 이후 ‘햇볕정책’은 자연스럽게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천년민주당의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라고 밝힌 DJ의 발언에 대해 김근태 당 의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동영 전 당의장은 “우리당 창당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특히 김 당의장은 북핵사태에 대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확고한 정체성과 철학을 가진 사람을 중심에 세우고 전쟁불사와 시장만능주의를 주장하는 한나라당과 수구적 보수 대연합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의 대연합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며 반(反)한나라당 전선 구축의 필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한화갑 대표는 지난 19일 긴급의원총회에서 “북한을 민족적 차원에서 다룰 상대가 아니라는 게 증명됐다”고 했다가 며칠 만에 “모든 문제는 민족 공동 공존의 바탕에서 좌표를 찾아야 한다”며 확고한 DJ노선을 선언했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장고의 침묵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상 노대통령이 주도한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비판 발언들이 쏟아지는데도, 그는 아무런 발언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핵 정국에서의 대통령은 노무현이 아니라 DJ라는 말도 나온다. 그리고 그 DJ는 햇볕정책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고, 여당의 창당주역들도 DJ 노선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퇴임 후 첫 고향에서의 대중연설, 대규모 후원회를 준비하는 DJ의 행보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친노직계를 배제한 정계개편에 상징적 구심점이되고 되고 있다는 말이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