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준비 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는 15일 박근혜 전 대표 측 정인봉 변호사가 제출한 검증문건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검증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이사철 대변인이 밝혔다.
이어 그는 “자료검토후 정인봉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이게 뭐냐’라고 물었더니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국민들이 모르는 것을 알리고 이 전 시장의 부도덕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고 소개하면서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것이라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A4용지 200여 페이지 분량의 이 문건은 이명박 전 시장의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내용으로 당시 신문 보도 내용과 법원 판결문 등이 포함돼 있다.
물론 당시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996년 4.11 총선에서 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으며, 이후 항소심에서 공직선거와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을 물고 의원직을 상실한 바 있다.
총선 이후 선관위에 법정 선거비용에 미달하는 7100만원을 신고했는데, 알고 보니 실제 사용한 액수는 그 수배에 해당하는 약 7억5000만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차액이라면 실무자의 실수로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이 정도의 차액이라면 다분히 의도적인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당시 이를 폭로한 것은 바로 이 전 시장의 비서인 K 모씨다. 그는 ‘양심선언’이란 명분으로 기자회견을 연 후, 이 전 시장이 선거비용 신고 과정에서 무려 6억8000여만원을 누락시켰다며 언론에 폭로했다.
그런데 이 전 시장은 이같은 불법행위를 무마하려고 ‘K’씨를 해외로 도피시켜, 입막음을 하려고 했었다니, 어찌 도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실제 당시 이같은 사실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전 시장은 자신의 비서관들을 동원, 폭로자 ‘K’를 만나 현금 1500만원과 비행기 표를 주면서, 해외출국을 권유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K’씨는 김포공항 주차장에서 ‘폭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자필원고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케 한 후, 해외로 출국했다는 것.
따라서 이 전 시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은 이미 각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이다. 따라서 정인봉 변호사가 ‘후보검증’이라며 호들갑을 떤 것은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정 변호사는 비록 ‘후보 검증’만을 언급했을 뿐이지만, 국민은 마치 정 변호사가 ‘이명박 X파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정 변호사는 정 특보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오후 2시께 자료가 제출되면 자료의 진실성과 심각성에 대해 위원회가 실감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정말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행동했었다.
그는 심지어 “오늘 박근혜 대표 캠프 안병훈 본부장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윤리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할 기회가 되면 모았던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런 경우 이미 10명 앞에서 공개해 더 이상은 비밀이 아닌 것이니 즉시 기자회견을 통해 내용을 밝히겠다”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건이 공개된 이후 기자들과의 접촉을 안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도대체 뭔가.
물론 정 변호사의 말처럼 국민들 대다수가 이같은 사실을 이미 잊었거나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상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그처럼 크게 액션을 취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공인이 취할 올바른 태도는 아니다. 아무튼 기왕 이 문제가 불거져 나와 버린 만큼, “없었던 일로 하자”며 다시 주워 담기는 어렵게 됐다.
따라서 이 전 시장은 이 문제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왜 선거비용을 그렇게 거짓으로 축소해 선관위에 신고했는지, 그리고 폭로자 ‘K’씨의 입막음을 정말로 시도했던 것인지 등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새삼스럽게 들춰낼 필요가 없다는 말로 회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그럴 경우, 정 변호사를 향하던 비난의 화살이 이 전 시장 쪽으로 선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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