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끝까지 한나라당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경선을 무사히 마치고, 함께 갈 수 있을까?

사상논쟁, 후보검증, 경선방식, 줄서기 등으로 ‘한나라 분당설’ 현실화 여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은 12일 “대체로 한나라당 대권후보가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에 예단할 수 없다”며 “연말 대선 때까지 정치권에 격동과 변화가 2~3차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원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극히 일반적인 논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내 복잡한 경쟁구도를 고려한다면, 결코 예사롭지 않은 뉘앙스가 전해진다.

실제 지금 한나라당은 매우 어수선하다.

우선 당장 당내에서는 사상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얼핏 보면 고진화 의원과 원희룡 의원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박근혜-이명박 싸움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 의원과 같은 사상을 지니고 있는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대거 이명박 전 시장에게 ‘줄서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임의 대표인 남경필 의원은 이 전시장에게 수요모임과의 M&A를 제안하는 등 노골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현재 원 의원과 고 의원을 겨냥한 칼끝은 결국 이 전 시장을 향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특히 ‘후보검증’ 논란은 아예 ‘박-이’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는 최근 ‘후보 검증’ 논란을 확신시킨 바 있다. 정 변호사는 13일 ‘이 전 시장 검증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이를 적극 만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 전 시장측은 정 변호사의 움직임을 개인 차원이 아닌 박 전 대표 캠프의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 전 시장의 부정적 측면을 입소문 내기 위해 통·반·리 등 하부 행정 단위까지 구전 홍보단 조직 구성을 논의했다고 알려진 만큼 정 변호사의 ‘후보검증’ 공세도 그 일환 아니냐는 것.

실제 이 전 시장 캠프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더니 정 변호사는 ‘검증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고, 박 전 대표는 말리고 하는 것 자체가 짜고 치는 냄새가 난다”고 감정적인 대응을 서슴지 않았다.

즉 박 전 대표 캠프 차원의 전형적인 네거티브 공세, ‘이명박 때리기’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경선방식’도 한나라당 분당의 현실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한나라당 대선 경선준비 기구인 ‘2007 국민승리위원회’가 출범 초반부터 위원들 간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반증이다.

실제 지난 9일 제2차 회의를 갖고 경선방식에 대해 논의한 ‘국승위’는 회의 직후 이사철 공보위원이 브리핑을 통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현행 규정대로 투표권자를 정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체육관 선거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국승위’에서 마치 ‘국민경선제를 실시하기로 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들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자 박근혜 전 대표측 대리인인 김재원 의원이 곧 바로 단상에 올라 “이 공보위원의 브리핑이 오해가 있을 것 같다”며 “국승위에서 논의된 건 당원들을 좀 더 많이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경선 규정을 손질하자는 것으로 당원을 늘리면 국민 참여폭도 늘어나게 돼 있다. 이러한 의견은 의견제시 과정에서 제출된 것이지, 합의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이 “의견개진이 있었는데 합의된 건 아니다. 경선시기나 어느 것도 합의된 바는 없다”며 김 의원의 발언을 수긍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는 ‘국승위’ 회의에서 경선방식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을 암시한 것으로, 향후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세론에 따른 ‘줄서기와 줄세우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런 맥락에서 원 의원이 “연말 대선 때까지 정치권에 격동과 변화가 2~3차례 올 것으로 생각한다”는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그가 정작 하고픈 말은 “한나라당이 분당될지도 모른다”는 말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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