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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신년연설, 시간 쫓겨 할말 다 못해

신년특별연설을 통해 참여정부 4년간의 성과를 조목조목 설명하려던 노무현 대통령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간 조절에 실패해 준비했던 내용을 절반도 다 소화해내지 못했다.

노 대통령은 23일 밤 10시부터 1시간 예정으로 신년특별연설을 준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지 않고 참조만 하면서 기억에 의존해 청중을 바라보며 생동감 있는 연설을 행할 계획이었다.

이 때문에 원고도 1시간 분량에 맞춰 준비하지 않고 2시간 분량으로 넉넉하게 썼다. 연설을 하면서 적당히 시간에 맞춰 원고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주어진 연설 시간의 절반인 30분이 지나도록 원고량의 1/3도 채 소화하지 못했다.

연설 도중 노 대통령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부럽다"며 "나도 열시간만 주면 일주일에 한시간씩 10주간 (연설을 할 수 있을텐데…)"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결국엔 "오늘 이 연설은 글로 인터넷에 공개할 것"이라며 준비된 2시간 가량의 원고를 인터넷에 모두 올리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청자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연설자에게는 보이는 원고 자막기인 프롬프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원고를 그대로 읽으면 지루해질 수 있으므로 호소력 있고 설득력 있는 연설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이날 특유의 직설적이고 생생한 표현에 제스처를 써가며 감정에도 적당히 호소하는 강한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노 대통령은 원고 내용을 거의 외운 듯 청중을 바라보며 준비된 원고를 순서대로 그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별다른 돌출발언도 없었다. "골병 들었다"라고 말했다가 "골병은 괜찮죠? 저번에 꿀릴 것 없다고 했다가 하도 뭐라고 해서.."라며 특유의 애드립을 쓰면서도 표현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차분하게 정책 성과를 전달하는데 주력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았다. 연설 전에 기자들에게 배포한 노 대통령의 연설문은 '참여정부 4년 평가와 21세기 국가발전 전략'이란 제목으로 A4 용지 60페이지에 달했다.

연설은 '민생문제-경제문제-참여정부의 사회투자 실적-개별과제(한미FTA, 균형발전, 일자리, 비정규직, 부동산, 교육)-안보정책-정부혁신-2만달러 시대의 국가발전 전략과 비전 2030-참여정부는 할 일을 성실히 하고 있다-남은 기간 책임을 다하겠다'는 목차로 구성돼 있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첫 2개 주제인 민생문제와 경제문제에서 내용을 너무 구체적으로 자세히 설명하는 바람에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했다. 세번째 주제인 사회투자 실적에서부터 대략적인 내용만을 언급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개별과제의 경우 교육 문제는 "중요한데 다음에 하겠다"며 아예 언급하지 못했다. 안보정책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와 안전의 원칙만을 밝혔다. 준비했던 남북 정상회담 문제,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 한미동맹 문제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못했다. 이후부터 노 대통령은 꼭 해야할 이야기만 하고 대부분의 원고 내용을 생략해야 했다.

따라서 시간에 쫓겼던 연설 말미에 노 대통령이 말하고 넘어간 부분은 노 대통령이 반드시 생방송에서 지적하고 넘어가야 겠다고 마음 먹은 내용인 셈이다. 노 대통령이 연설 말미에 쫓기는 시간에 빼놓지 않고 지적한 문제는 개헌과 언론에 대한 비판 2가지였다.

노 대통령은 "승패의 관건은 변화의 속도"라며 "개헌도 이런 맥락에서 제안했다"며 개헌과 관련해 준비했던 원고 내용을 다 소화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은) 여야의 지도자들과 모든 언론들이 하자고 하던 것인데 대통령이 꺼내 놓으니 모두들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 "만일 제가 개헌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이후에 개헌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일부 언론은 20년 만에 한 번 오는 좋은 기회에 노 정권이 직무를 방기한 것이라는 비방을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특권과 유착구조를 척결과 관련한 참여정부 성과에 대한 설명은 시간이 없어 모두 생략하면서도 언론에 대한 비판은 빼놓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어떤 특권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신인데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에는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해 시민과 정부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참여정부는 언론의 특권과 횡포에 대항하고 있고 견제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힘이 들고 고통스럽다. 공무원들도 고생하고 있다. 국민이 피곤하니 그만두라는 사람들도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권성희기자 shkwo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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