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방송이나 신문, 잡지 같은 전통적인 광고매체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광고를 게재하는 이른바 '게릴라식 광고'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곳까지 광고가 파고들고 있다면서 슈퍼마켓에서 파는 계란은 물론 사무용 빌딩이나 쇼핑몰의 엘리베이터, 병원의 진찰용 침대까지 광고가 파고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요즘 미국인들은 슈퍼마켓에서 계란을 살 때도 광고를 피할 수 없다. 계란 껍데기에 CBS방송의 드라마 광고가 찍혀 있기 때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등의 사무용 빌딩이나 쇼핑몰의 엘리베이터 문짝에도 버젓이 드라마 광고가 자리 잡고 있다.
오래 전부터 움직이는 광고판 역할을 해온 뉴욕의 택시에는 최근 소형 스크린까지 설치돼 NBC방송의 드라마 광고가 나오고 있으며 공항 검색대에서 사용되는 바구니나 여객기 좌석의 접이식 식판 위에서도 기업들의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소아과를 찾는 어린이들도 무차별 게릴라식 광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찰용 침대 시트 등에도 어린이용 의약품이나 영화 DVD 광고가 새겨져 있다.
행인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대형건물의 외벽도 광고판으로 변한 지 오래다. 시카고와 댈러스, 애틀랜타 등 미국 내 14개 도시의 대형건물 외벽은 자동차 광고가 차지하고 있으며 밀워키와 탬파 같은 곳에서는 향수 광고가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다.
그야말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광고가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얀켈로비치의 조사에 따르면 30년 전 도시 주민들이 하루에 본 광고가 2천여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5천여개로 2.5배나 늘어났다.
게릴라 광고의 시장규모는 이 보다 더 빨리 증가해 지난해만 3억8천700만달러로 지난 2000년의 2천400만달러보다 16배나 늘어났다.
광고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시선이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기 때문에 광고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야하며 이같은 노력이 게릴라 광고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광고 홍수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들의 거부감도 커지면서 무분별한 광고시도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체이스뱅크와 커머스뱅크는 지난달 뉴욕 시내 보도에서 빔(광선 투사)을 이용해 광고를 시작했으나 시민들의 불만을 접수한 뉴욕시가 빔을 이용한 광고를 금지했다. 또한 맨해튼과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 다리에 광고물을 설치하려던 자동차보험업체의 시도도 시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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