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이복 동생이자 전 정보국장이었던 바르잔 이브라힘 알-티크리티가 사형이 집행되기 1주일 전에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에 구명 편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AP통신이 확보한 편지에 따르면 이브라힘은 "나는 1982년의 두자일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며 "목숨의 위협을 받는 나를 구해주기 위해 개입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문으로 된 편지는 이브라힘이 자필로 썼다. 편지를 쓴 날짜는 1월 8일이었다.
이브라힘은 "당시 내가 이끌던 정부 기관은 두자일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며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의 증거자료들은 조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자료의 서명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며 특히 자신이 1983년초 정보국을 떠난 이후의 것들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브라힘과 아와드 알-반다르 전 혁명재판소장은 1982년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148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15일 새벽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브라힘은 교수형 집행 과정에서 목이 잘렸다.
유엔측은 반 총장이 이 편지를 받았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삼 가자위 요르단 변호사는 자신과 이탈리아 변호사인 지오바니 디 스테파노가 지난 12일 바그다드에 있는 교도소에서 이브라힘을 만나 이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가자위는 편지 가운데 5개 페이지를 AP통신에 제공했으나 편지가 모두 몇쪽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가자위는 편지가 지난주 미군 당국과 이 사건을 담당한 이라크 법원 관계자들에게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특히 가자위는 자파르 알-무사위 검사도 이 편지를 전달받고 수령증에 사인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무사위는 "사실이 아니다. 그런 편지를 본 적도 없고 사인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브라힘은 편지에서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다와당이 "정치적 동기에 의해 나를 재판에 넘겼다"며 "나에 대한 재판은 최소한의 논리와 합법성이 결여됐다. 법원 관계자들은 피에 굶주려서 내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미국 P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담 후세인의 사형집행은 종파주의적 "보복 살인"을 닮았으며 이라크의 폭력사태를 종식시키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후세인 교수형이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켰으며 그가 이끄는 과도정부도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줬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전 대통령과 그의 두 측근에 대한 재판은 만족스러웠지만 이라크 정부가 사형집행에 있어서는 실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후세인 처형은 무서운 시기를 마감하고 이라크 정부에 전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등의 측면에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만<요르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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