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보 및 독자의견
후원안내 정기구독 미디어워치샵

기타


배너

 

작년 연말 탈북해 지난 5일부터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머물며 보호를 받아온 납북어부 최욱일(67)씨가 16일 31년여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최씨가 북한을 떠나 한국으로 가는 과정은 우여곡절로 점철된 험난한 여정이었다.

최씨가 함경북도 김책시에 있는 자신의 집을 나선 것은 구랍 22일 아침.

가족들에게는 "시내에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집을 나선 그는 중국에서 들어온 조선족 안내원이 마련한 화물차 짐칸 몸을 실었다. 꼬박 3일만에 량강도 혜산에 도착한 최씨는 25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넘어오는 데 성공했다.

도중에 검문소 10여곳을 통과했지만 조선족 안내원이 철저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오히려 중국 땅에서 일어났다. 그를 태운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 최씨는 이 사고로 오른쪽 이마를 8바늘이나 꿰맸고 사고 후유증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슴 부위에 통증이 찾아왔다.

최씨는 이런 와중에 지난 2일 선양 한국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박대'를 당하며 더 큰 아픔을 겪었다. 5차례 전화를 걸고도 담당자와 통화하지 못하고 계속되는 '전화돌리기'에 시달렸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말을 듣지못한 채 전화를 끊으며 분노섞인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이런 과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곡절을 겪은 끝에 최씨는 5일 중국의 한 은신처에서 자신을 데리러 나온 담당 영사를 만날 수 있었다. 최씨의 신병 인수는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에 외교적 양해에 따라 이뤄졌다.

총영사관 측은 여론의 뭇매 속에 중국 당국과 귀환교섭에 나섰지만 초기 교섭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그 즈음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씨가 원래 한국인이었다는 점에서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귀환은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며 최씨의 한국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의 귀환교섭은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11일 필리핀 세부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최씨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받으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현지 공안당국은 그날 오후 최씨를 불러 탈북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한국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적인 시그널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최씨는 닷새만인 16일 오후 2시15분(한국시간) 선양 타오셴(桃仙)국제공항에서 마침내 고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선양=연합뉴스) 조계창 특파원
phillife@yna.co.kr
blog.yna.co.kr/phillife



배너

배너

배너

미디어워치 일시후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현대사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