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금 차등지급에 반발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8일 향후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확대운영위원회에서 예상 밖으로 이번 주에는 파업을 자제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 노조의 일단 파업자제 방침에는 명분을 잃은데다 파업할 만큼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름대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말 간부의 납품비리로 도덕적 상처를 입은 마당에 또다시
시무식장 폭력사태로 안팎의 입지가 좁아진데다 국민적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어 일
단 분위기가 반전될 때까지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사 당사자의 사태 해
결을 촉구하면서 "노조는 시무식 폭력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회사는 고소
와 손배소를 취하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도 '선(先) 사태해결 노력, 후(後) 파업
투쟁'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사실 박유기 위원장 체제의 현 집행부는 지난해 말 불거진 노조간부 납품비리의
책임을 지고 조만간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어 좁아진 입지로는 당장 파업을 이끌
고 가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위원장 출마 등으로 행동반경을 넓히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박 위원장 등 일부 노조간부들이 이번 사태를 계속 무리하게 이끌다 구속사태
를 맞을 경우 진로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며, 분위기를 고조시켜 현 집행
부가 주도하지 않더라도 별도의 파업지도부를 구성해 파업을 강행할 수는 있다.
노조는 이날부터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20여개의 텐트를 치고 대의원과 소위원
등 간부 400-500여명이 무기한 철야 텐트농성에 돌입하고 10일 서울 본사 상경집회
를 통해 조합원들의 성과금 차등지급 반발 분위기가 달아 오르면 이번 주말께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지도부 구성 및 파업 돌입 여부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결국 현 노조 집행부는 이번 성과금 투쟁을 강력하게 이끌어 납품비리로 입은
도덕적 상처와 좁아진 입지를 만회하려 했으나 '시무식장 난동' 이라는 무리수로 국
민적 비난은 물론 노동계 내부의 결속력 마저 흐트러뜨려 놓아 재기하기 어려운 상
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의 성과금 차등지급 사태가 장기화로 치닫고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단 지난해부터 무리한 파업과 조업거부, 폭력을 주도해 이번 사태의 원인
을 제공한 현 집행부가 사실상 주도권을 상실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전환이 기대되는
면도 없지 않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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