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당정간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분양원가 공개문제가 개혁-중도보수 성향 의원간 정체성 갈
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인데 이어 정부 내에서도 조율되지 못한 발언들이 나오면서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오는 11일께로 예정된 고위 당정에서 과연 양측간 절충안이 순조롭게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용섭(李庸燮) 건교장관은 8일 우리당과 가진 당정간담회에서 민간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투기과열지구 등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와 관련, "이 자
리에서 정리하기는 어렵고 고위당정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고 건교위 간사인
주승용(朱昇鎔) 의원이 전했다.
이 장관은 전.월세 안정을 위해 ▲전.월세 신고제 ▲전.월세 인상률 5% 제한 및
계약기간 3년으로 연장 등을 검토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일률적 가격통제
는 바람직하지 않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건교위원들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시한 것
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건교부 고위 관계자가 최근 "투기과열지구의 민간아파트 분
양원가 공개를 비롯해 어떤 방안이 집값 안정을 이루는데 가장 적합한지 면밀히 따
져보고 있다"고 말한 것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일 "분양원가 공개를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며 보
조적으로 하겠다"며 제한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일부 의원은 또 "마치 정책을 갖고 흥정하는 것 같아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게 아니라 부동산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정책수립 과정의 애로를 토
로했고, "부동산특위에서 진행하는 일을 건교위가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특위
와 건교부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미경(李美卿)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정했고 대통령도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흐지부지됐다"며 분양원가 공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분양원가 공개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과 당내 중도보수성향의 의원을 겨냥한 듯 "우리당의 중요한 정책 담당자
도 이제는 안하겠다고 하고 정말 헷갈린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교부 내에서 조차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백지화할 순 없
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타협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11일께 열릴 예정인 고위당
정에서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분양원가 반대론자로 지목한 강 정책위의장도 "분양원가 공개는 쉽
게 가는 방법이 있다"며 "11일께 고위당정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섭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나 정부가 사심을 갖고 얘기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 국민을 안심시킬까 고심한다면 좋은 결
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