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새해부터 본격적 대권행보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이 허언(虛言)이 아님을 입증하려는 듯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적극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8일 오전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출입기자들과 새해 인사나 하자는 `소박한' 취지였지만, 발언의 수위는 결코 `소박'하지 않았다.
그는 인사말에 이어 작심한 듯 "먼저 여러 가지 시국이나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면.."이라며 운을 뗀 뒤 북한의 대선 개입 논란을 강도높은 톤으로 비판했다.
그는 "노동당은 신년 사설에서 한나라당 집권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희한한 일은 정부가 북한의 대선 개입 및 내정 간섭에 한마디 사과나 해명 요구가 없다는 것이다.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렇게 북한에 끌려가면 올해 대선은 여와 야의 대결이 아닌 야당과 북한ㆍ여당의 합작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있다"라고까지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가) 미국에 대해서는 얼마나 이야기했느냐. 자주이니 하면서 무책임하게 쭉 해왔는데 결과는 국제적 왕따일 뿐"이라며 외교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 전 대표가 새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정책과 외교를 주제로 강한 목소리를 낸 것은 자신의 `색깔'과 `신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부문인 동시에 라이벌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 유용한 분야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시장이 경제 전문가임을 내세운다면, 70년대 `퍼스트 레이디' 대행 시절의 국정 경험과 북핵 사태를 전후해 독일, 중국, 미국 등의 해외 지도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해법을 모색한 점 등이 이 전 시장이 가질 수 없는 박 전 대표만의 `경쟁력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주 대선주자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공로명(孔魯明), 홍순영(洪淳瑛) 전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포함된 `외교.안보 자문단'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연장 선상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이날 기자간담회는 박 전 대표의 단점으로 꼽히는 `스킨십'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약점 보강' 차원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기자간담회를 갖고 언론과의 스킨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혀 변화된 모습을 예고했다.
그가 이날 오후 작년 6월 대표 퇴임 후 반년 만에 염창동 당사를 찾아 사무처 당직자들을 격려한 것도 `독한 결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캠프 관계자는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겠다는 박 전 대표의 약속이 앞으로도 속속 구체화돼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south@yna.co.kr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