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잠룡'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 되는 김태호(金泰鎬) 경남지사가 7일 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방법과 시기를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지사는 당 홈페이지 네티즌 발언대에 올린 글에서 "당원 배지, 경남지사 배지를 다 떼어놓고 나라를 걱정하고 당을 걱정하는 순수한 입장에서 몇 말씀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대선후보든 국회의원이든 대선승리의 길을 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당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없고 벌써 후보간 세 과시와 줄서기 등 구태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와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할 시기에 인기영합적 언행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각 캠프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을지,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점입가경으로 연초부터 경선방식에 대한 후보들 간의 논란이 한창인 데 각 후보들이 스스로 유리한 경선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당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일갈한 뒤 "경선방식은 본선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경선 `룰'도 중요하지만 현 규정이 본선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부족하다면 당연히 바꿔야 한다"며 "당원들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뽑는 일이라면 100% 국민참여 경선방식인 `오픈 프라이머리'로 경선을 해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또 "경선시기도 6월이냐 9월이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상대도 없는데 우리 후보만 미리 뽑아 `원맨쇼' 하면서 미리 링에 올라가 기다린다면 체력소모만 될 뿐"이라면서 "당 지도부도 완전한 심판자의 역할이 아니라 `심판+흥행꾼'의 역할 을 병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글에 대해 당내에서는 김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뜻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40대 중반의 재선 지사인 그는 줄곧 `차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돼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번 17대 대선에도 관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김 지사가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긍정적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을 측면 지원하기 위해 글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 지사는 그동안 중립 성향이면서도 이 전 시장보다는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약간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대해 김 지사 측은 "당인의 한 명으로 현 상황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글을 올린 것으로,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했 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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