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정당화해주는 것"..급여생활자 반발
"영세 자영업자 등 현실 살펴야"..현실론도
금융감독당국과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등 소득 입증이 어려운 일부 계층을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예외로 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각에서 `탈세자에게 혜택을 주는 조치'라며 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들은 자영업자에 대한 예외 적용이 자칫하면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탈세자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실제로 소득 입증이 어려운 일부 자영업자나 영세 상인들을 외면할 경우 서민층에서 급격한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론도 등장하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감독당국과 시중은행 실무자들이 참여하는 '여신심사선 진화작업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자영업자들에 대해 DTI 적용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태스크포스가 자영업자들에 대해 예외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소득입증을 하기는 어렵지만 상환능력은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DTI가 개인의 현금 흐름에 따라 대출한도를 결정한다는 개념인데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세무서에 신고된 합법적인 소득규모와 실제 상환능력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여론은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고의로 소득규모를 축소해 신고한 것인데 이에 대한 예의규정을 적용하면 이들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특히 '유리지갑'인 급여생활자들은 `탈세자들에게 예외적용까지 해줘 가며 혜택을 줄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중은행들은 시가 6억원 이상 아파트에 DTI 40% 규정을 적용하면서 다양한 소득증명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근로소득자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소득금액증명원.월급여명세표.연봉계약 서 등 ▲사업소득자는 소득금액증명원.사업자원천징수영수증 등 ▲국민연금수급자는 국민연금정보자료 통지서 등 ▲연금소득자는 연금증서 및 연금수급권자 확인서 등 ▲임대소득자는 임대소득금액증명서 등으로 소득 입증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자영업자들의 경우 소득을 공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공공기관 뿐 아니라 기업에서 발행한 영수증을 인정하는 등 신축적으로 소득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소득 입증을 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즉, 현재 소득이 안 되는 사람들 대다수는 소득을 입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니라 탈세를 위해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얘기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입증은 되지 않는데 채무상환 능력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된 말"이라며 "대출을 받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소득을 입증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세자는 지하경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예외적용은 제때 모든 세금을 내는 봉급생활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사회정의상 자영업자들에 대한 예외 적용은 불공평하다"며 "이번 기회라도 소득 증빙을 하도록 유도하고 대신 그동안 탈세에 대한 세금 추징을 면제해주는 등 부담감을 줄여 이들을 실물경제로 끌어낼 필요가 있 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견 자영업자와 영세 자영업자를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소득을 축소 신고한 사람들에게 예외를 적용해줄 필요는 없지만 소득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실제로 소득수준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주택을 담보로한 자금 조달까지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자영업자에 대한 예외적용을 일부 허용하는 것이 옳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책임연구원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직업들이 있는데 이들에게 획일적인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무리"라며 "DTI 규제를 적용하면서 납세증명서를 첨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은행 창구에서 소득인정 방법에 신축성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신고를 안한 사람들에 대해 예외적용을 해주는 것이 사회정의상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다만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과세당국이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상환 능력이 분명하다면 소득 입증이 다소 어렵더라도 경제 논리에 따라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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