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콜금리 운용목표를 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열린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경기가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기업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등 콜금리 동결 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잉유동성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한은이 지급준비율 인상 등 각종 조치를 이미 취한 만큼 콜금리 인상이라는 칼마저 연거푸 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게다가 새해 벽두부터 콜금리 인상이라는 강경조치로 시장의 분위기를 냉각시킬 만큼 상황이 다급하지도 않다.
물론 한은의 잇단 유동성 흡수 조치들은 오히려 콜금리 인상의 전조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콜금리가 운용목표치(4.50%)보다 0.17% 포인트나 올랐는데도 한은은 이를 방치하다시피 해 `시중 유동성 흡수의지가 예상보다 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지표는 여전히 불투명 = 최근 경기지표들을 보면 그런대로 상승세가 이어 졌다.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는 전월대비 0.7% 상승했고, 앞으로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에 비해 한은이 발표한 12월 기업 체감경기는 두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파 속에 있다. 한은은 "국내경기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하반기로 가면서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경제연구소들은 경기가 현재 둔화추세에 있으며 올해 1.4분기에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LG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경기둔화가 당초 예상보다 가파르지는 않지만, 성장률 측면에서 둔화 국면인 것은 명확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콜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악재 부담 = 환율문제는 콜금리 인상의 가장 걸림돌 중 하나다. 작년말 원.달러 환율은 전년말 보다 81.80원이나 급락한 채 마감했다. 국내 수출업계들은 지속된 원.달러 환율급락으로 수익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올해는 경상수지 흑자 둔화 등으로 하락폭이 작년처럼 가파르지는 않겠지만,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절상 추세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환율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근 잇단 환율관련 발언을 내놓았다. 환율문제를 그만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특단의 대책'으로 조만간 해외부동산투자 확대와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세금완화 등의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통위가 원화 강세를 부채질할 수 있는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해당국가 통화의 가치가 올라가며, 콜금리 인상은 원화 강세를 초래해 원.달러 환율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집값잡기' 추가 대책은 부담 = 부동산 문제는 콜금리 인상요인이자 동결요인 이기도 하다. 여전히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감안하면 유동성을 더 흡수하는게 맞지만, 부 동산 거품붕괴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조치를 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미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고 은행들의 대출여력을 축소해 자금이 부동산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 16년 만에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녹슨 칼'을 꺼내든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들 은 지난 5일 지준율 마감에 맞춰 전체적으로 약 4조7천억원을 한은에 추가 적립했다. 한은은 또 중소기업 지원용으로 공급하는 총액한도대출 규모를 9조6천억원에서 1조6천억원 줄였다. 은행들은 이번 달까지 줄어든 액수만큼 반납해야 한다. 여기에 금감원도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적립률 상향조정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 해 주택규모나 소재지에 관계없이 총부채상환비율(DTI) 40% 제한을 추진하는 등 금 융기관 돈줄 조이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규제 이전에 비해 크게 둔화했으며 ,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뜸하고 가격도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콜금리마저 인상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게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지급준비율 인상은 부동산 가격 안정에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예상보다 커 급속도의 부동산 경기냉각과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의 신용상 거시경제팀장은 "시중유동성을 흡수하는 강한 조치들이 이미 취해졌기 때문에 금리까지 올리는 것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이에따라 환율 하락세가 어느 정도 안정되고 경기가 상승국면으로 올라가는 시기에 한차례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며, 그 시기는 2.4분기 또는 그 이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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