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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10년' 중증 장애인된 이영자씨

하루 아침에 정리 해고돼 팔순 노모와 단둘이 근근이 생활

  • 연합
  • 등록 2007.01.07 05:00:42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친 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몰아쳤던 정리해고의 삭풍이 할퀸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동료손에 정리해고 대상으로 뽑혀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난 뒤 중증 장애자 신세가 된 서울 예술의전당 전 직원 이영자(51.여)씨도 외환위기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씨는 1997년 공공부문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13년 간 일했던 예술의전당(일반행정직)에서 퇴출당한 뒤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근육강화제에 의존해야 하는 3급 장애인이 됐다. 해고를 당한 뒤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빠져 한 달에 한 두 번을 제외하곤 집에 누워 분을 삭이다 보니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이 겹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

 

1998년 10월11일 예술의전당은 직원 130여명 가운데 15명을 감원하라는 당시 문화공보부 지시를 받고 업무시간이 끝난 뒤 직원 예닐곱 명을 은밀히 회의실로 불러 모았다고 한다. 동료 직원 가운데 정리해고 대상자를 골라내기 위한 이른바 `선별위원'으로 소집된 이들 앞에는 전체 직원 명단과 빨간 펜이 놓여 있었다. 정리해고해야할 사람 이름을 빨간펜으로 표시하게 한 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 순서로 자르겠다는 것이었다. `선별위원' 중 일부는 "누군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고르냐", "내 손으로는 도저히 못 자르겠다"며 뛰쳐 나갔다 붙들려 오기도 했다. 속전속결식의 살생부 정리작업을 거쳐 퇴출 대상으로 뽑힌 이씨는 다음날 곧바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장암을 앓는 70세 노모와 단둘이 살던 이씨는 졸지에 실직가장이 돼 버리자 정리해고의 불법성 여부를 놓고 대법원까지 올라가 4년 간 공방을 벌였지만 끝내 직장으로 돌아가는 데 실패했다. 이씨는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재산인 집을 발판으로 숙박업을 시작해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허리와 하체 근육의 힘이 점점 빠지는 병을 얻어 거동조차 쉽지 않은 상태다. 이씨는 "법정 공방 도중 1년차 여직원이 찾아와 `원하지도 않았는데 선별위원이 됐다. 난 절대로 언니 안 찍었다'고 고백해 둘이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며 "엄혹한 시대 상황과 사측의 파렴치함이 많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었다"며 눈물지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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