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내 자동차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특히, 고유가로 인해 경차 판매는 늘고 있는 반면 경차를 제외한 다른 자동차는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의 주요 메이커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판매 호조 덕분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음을 보여줬다.
6일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자판련)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대수는 일제와 수입차를 포함해 2005년보다 1.9% 감소한 573만9천506대로 1986년 이후 20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새 모델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던 경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5.2% 증가한 202만3천619대로 처음으로 200만대를 돌파했다. 경차를 제외한 신차 판매는 5.4%가 줄어든 371만5천887대로 1977년 이후 29년만 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요타, 혼다, 닛산, 마쓰다, 미쓰비시자동차 등 5대 업체의 국내 신차 판매가 나란히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일본의 신차 판매는 거품 경기가 절정이던 1990년 777만대로 최고를 기록한 뒤 약 25% 가량 위축됐다. 이에 따라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의 자동차 시장인 일본이 중국에 2위 자리를 내주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자판련은 자동차 판매 부진 원인을 휘발유값 급등, 저출산에 따른 수요자 감소, 자동차 수명증가 등으로 분석했다. 또 휴대전화나 인터넷 접속료 등 과거에는 없던 소비 대상의 확대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동차를 멀리하려는 추세가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기술혁신으로 자동차의 고장이 줄어 교체까지의 사용시간이 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업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985년에 자동차의 사용기간이 평균 4.4년이었으나 2005년에는 6.8년으로 늘었다. 자동차를 6년내에 교체하는 비율도 전체의 78%에서 40%대로 감소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자공회)는 금년의 국내 신차 판매 대수를 작년에 비해 2% 감소한 563만대로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판매 감소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공회의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5일 자동차 업계의 신년회에서 "일본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나 자동차의 국내 수요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또 미쓰비시자동차의 마스코 오사무(益子修)사장은 "시장이 성숙돼 있는데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금년의 판매는 작년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국내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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