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처형된 후 무슬림들의 첫 집단 금요기도회가 열린 5일 요르단과 레바논에서 후세인을 추모하고 처형 배후세력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요르단에서는 이날 3천여 명의 후세인 지지자들이 암만 시내의 한 모스크에서 정오 기도회를 마친 뒤 후세인의 초상과 이라크 국기를 들고 "이란과 미국에 죽음을 "이라는 구호를 외쳐가며 거리를 행진했다. 암만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수니파이거나 좌익 계열의 야권 인사들 로 알려졌다. 요르단에는 후세인의 두 딸을 비롯해 2003년 3월 미국의 침공 이후 피난한 약 80만 명의 이라크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수니파인 후세인이 처형된 후 아랍권에서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현 이라크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과 이란이 처형을 배후조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인터넷으로 유포된 처형 장면을 담은 영상에서 참관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이름을 연호하며 처형 직전의 후세인을 조롱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니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바삼 알-카두리는 "후세인 처형은 가증스런 범죄"라며 이란이 처형의 배후에 있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시아파 주류 국가인 이란은 미국과 사이가 나쁘지만 종파적 동질성 때문에 미국의 지원을 받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 주도의 시아파 정권을 밀고 있다는 인식이 아랍권에 퍼져 있다. AP는 시위군중은 후세인이 처형당한 것과 관련해 알-사드르에 보복할 것을 다짐 하면서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의 시아파 정파인 헤즈볼라까지 싸잡아 비난 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시위현장에서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이 시아파 지배 체제로 묶인다는 의미를 갖는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 지대"의 출현을 경고하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목격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동 아랍권 국가에서는 전 세계 무슬림의 약 85% 를 차지하는 수니파가 권력을 쥐고 있다. 후세인 처형 후 아랍·이슬람권에서 처형을 규탄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벌어졌 지만 이날 암만 시위 만큼 큰 시위는 없었다. 또 레바논에서도 500여 명이 이라크 국기로 싸인 관을 앞세운 채 후세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위를 벌였다. AP는 레바논 시위는 이라크 바트당 전 관리들과 후세인의 변호를 맡았던 레바논 변호사인 부슈라 알-칼릴이 주도했다며 시위군중은 알-사드르와 다른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인 압둘아지즈 알-하킴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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