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동물의 난자에 인간의 DNA를 주입한 `인간-동물 교잡배아'를 금지할 방침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영국 일간 타임스 인터넷판이 5일 보도했다.
인간-동물 교잡배아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난치병 치료제 개발에 신기원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지난해 말 영국 런던 킹스 대학과 노스이스트 잉글랜드 줄기세포연구소(NESCI)
연구팀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등의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인
간-동물 교잡배아를 연구하기로 하고, 연구를 허용해 줄 것을 배아연구-불임치료 감
독기관인 수정배아관리국(HFEA)에 요청했다.
HFEA는 다음주 이를 검토할 계획이나 비공식적으로 이들 연구팀에 승인이 이뤄
지지 않을 것 같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과학계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HFEA의 결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
앞서 캐럴린 플린트 영국 공중보건 차관은 정부가 인간-동물 교잡배아를 만드는
것을 금지할 방침이며 HFEA도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
을 밝혔다. 영국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지난달 발표된 불임치료 법안(fertility law)
검토 보고서에 담겨 있다.
과학자들은 영국 정부가 인간-동물 교잡배아를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종
교단체들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난했다.
토끼나 암소 등의 난자를 이용해 만드는 인간-동물 교잡배아는 99.5%가 인간이
며, 줄기세포 연구에 인간 난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부득이 동물 난자를 이용
하게 됐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주장이다.
킹스 대학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스티븐 밍거는 "정부는 인간-동물 교잡배아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 처럼 보이며 이것이 HFEA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 정부의 태도는 "정말 근시안적이며 정부가 어떻게 이런 입장을
취하게 됐는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동물 `돌리'를 만든 영국의 저명한 복제 전문가 이안 윌
무트 박사도 "인간-동물 교잡배아 연구는 현행 법 내에 있으며 이를 막을 이유가 없
다"면서 환자들과 영국 과학계의 큰 수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영국이 동물 난모세포(卵母細胞)의 사용을 금지한다면 과거 영국이 주도했
던 줄기세포 연구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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