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의 조국인 폴란드가 로마 가톨릭 대주교의 공산정권 협력 의혹으로 술렁이고 있다.
폴란드 언론은 로마 교황청이 지난달 6일 스타니스라프 빌구스 주교를 바르샤바 대주교로 임명한 후 빌구스 대주교가 과거 20년간 공산정권 비밀경찰의 정보원 노릇을 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다.
폴란드 유력지인 제치포스폴리터는 4일 1면 기사에서 국립문서보관소의 문서를 근거로 빌구스 대주교와 비밀 경찰 사이에 20년간 긴밀한 협력관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빌구스(대주교)는 그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일요일) 대주교 서품식의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폴란드 로마 가톨릭 교회는 이날 문서보관소의 문서를 검토하고 있다고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요제프 클로흐 교회 대변인은 3명으로 구성된 교회 조사위원회가 최근 며칠동안 옛 비밀경찰의 문서들을 살펴봤으며 그 중 68페이지에 달하는 빌구스 대주교에 관한 자료를 요약해 그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클로흐 대변인은 따라서 "그가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가인권보호위원회는 성명에서 "남아있는 문서들을 볼 때 빌구스 대주교가 1973년부터 78년까지 비밀경찰에 의도적으로 협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협력의 범위와 그 결과, 그리고 이로 인한 특정인의 피해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빌구스 대주교는 지난달 20일 주간지 `카제타 폴스카'가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후 이를 부인했고, 이달 7일 대주교 서품식을 가질 예정이다
폴란드 가톨릭 교회는 1980년대 당시 교황 요한 바오르 2세와 함께 자유노조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 공산 정권 붕괴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9년 공산통치가 종식된 후 일부 사제나 공직자들이 과거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의혹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로마 교황청은 이 문제에 논평을 거부하고, 빌구스 대주교의 서품식 거행 여부는 폴란드 교회가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사제 가운데 최대 10% 정도가 자의든 타의든 옛 공산정권에 협력했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바르샤바 AP.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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