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이번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기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한화갑 대표의 자질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내부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갑 대표는 지난 1일 여의도당사에서,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2007년 정권 재창출을 이룩하겠습니다’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선거에서 민주당이 선전한 것으로 자평했다.
한 대표는 “외부에서 개혁적이고 참신한 인물들을 영입하고 개혁적인 정책의 개발에도 힘써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다시는 국민을 배신하지 않고 신망을 받는 대권후보 영입을 포함해서 대통령후보를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또 “원적지가 민주당인 사람들은 문호를 개방해 놓았으니 언제든지 민주당으로 돌아오면 받아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한 대권후보영입 의사를 내비치며, 사실상 고 전 총리에게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국민들은 중심으로 한 통합연대를 만들겠다고 밝혀, 기존정당에 들어가는것이 아닌 독자적인 정치결사체를 만들겠다는 의사를 분명히했다.
한편 한 대표의 새로운 대안의 ‘정권 재창출론’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의 반(反)한화갑 세력의 ‘지방선거 책임론’과 ‘당 운영 체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한 대표의 사퇴 압박과 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전' 자평, 사실상 열린당에 패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보다 전체 의석수에서 앞서며, 정계개편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유리한 고지에 섰다. 하지만 사실상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전남 기초단체장에서 열린당과 무소속에게 과반수를 넘겨줘, ‘사실상 민주당의 패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남기초단체장 22곳 중 민주당 10석, 열린당 6석, 무소속 6석을 차지했다. 또 전북기초단체장 14곳에서는 민주당 5석, 열린우리당 4석, 무소속 5석을 차지하며 상대적으로 무소속의 분전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정당 전국득표율은 9.9%로 민주노동당(12.1%)에도 크게 뒤졌다. 수도권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주선 후보의 지지율은 8%에 그치며 당 지지율(11%)에도 못 미쳤다. 경선도 없이 무리한 '황제공천'으로 호남표심이 철저히 외면, 서울에 팽배해있던 반(反) 열린당 표심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무엇보다도 당내 개혁을 이루는 것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한 지지자는 “아직도 사과상자에 담긴 거액의 공천자금이 왔다 갔다 하고, '황제공천' 등 민주적인 경선을 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당의 미래도 암담하다”고 예측했다.
한편에서는 “호남지역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는 한, ‘2007년 대권’을 창출해내는 것은커녕 영원한 지역정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얘기도 나와 앞으로 민주당이 풀어 가야할 난제가 많음을 시사했다.
한 대표 체제,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
특히 이번 선거 중 전남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신안, 무안 군수후보가 각각 무소속과 열린우리당에게 패해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신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리틀 DJ’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민주당 현 한화갑 대표의 지역구로, 민주당만 달고 나오면 당선된다는 지역이어서 이 곳에서의 패배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 이는 한 대표의 자질론과 연결되며 무언의 사퇴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신안, 무안 지역은 공천 등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한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끝까지 이 지역을 찾아 '표심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광주.전남 언론에서는 일제히 신안, 무안의 패배는 민주당의 패배이며, 사실상 한 대표의 패배라고 지적했다.
1일자 전남일보는 ‘DJ 고향ㆍ한화갑 대표 지역구신안ㆍ무안, 민주 군수 후보 패배’라는 기사에서 “이래저래 한 대표와 민주당은 체면을 구기게 됐으며 향후 지도부의 위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광주 CBS에서는 ‘민주당의 승리, 한 대표는 완패’기사에서 “광주·전남지역 유권자들은 한화갑 대표의 웃음과 향후 정국과 관련한 자신감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며 “승리에 기쁨에 취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역구이자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지역에서도 가장 민주당 색이 강한 신안과 무안군수를 무소속과 열린우리당에게 내준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라는 게 지역민들의 반응이다”고 설명했다.
또 “지방선거 직후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이번 선거의 승리요인을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와 박준영 전남지사 후보의 승리라고 보고 있을 뿐 민주당의 승리로 보지 않고 있어 이래저래 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들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고 밝혔다.
한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은 지방선거 전부터 지속돼왔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었던 김경재 민주당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로부터 후보등록을 받아놓고도 등록된 후보들과 일언반구 상의 없이 특정인을 낙하산 공천한 것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정당후보 선출이라는 민주정당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한 행위”라며 서울시장 전략공천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또 조재환 총장의 4억 수수와 관련, 손봉숙, 이승희, 김효석 의원에 이어 이정일 의원은 “공천헌금 사태는 당을 파행으로 운영해온 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의 하나 일뿐 이라고 지적하고,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와 비상대책위 구성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후 ‘민주당 중심의 통합론’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당을 이끌어가기 어려운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올 2월 ‘정치 자금 위반법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올 6월 말,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고 2심 대법원판결(의원직 상실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의 정치적 위기는 물론, 사실상 ‘당 대표직 사퇴’도 불가피해 민주당의 새로운 당권경쟁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 (pisces9039@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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