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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맞추려고 친미에서 반미로 돌아선 것 아니냐"

국회 통외통위 송민순 청문회 해묵은 반미 논쟁 속 '고속도로 비유' 돋보여

  • 등록 2006.11.16 18:20:42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16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인사청문회는 장관으로서의 직무수행에 대한 자질 검증 대신, '반미냐 아니냐'는 논란으로 점철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송 내정자가 최근 한 포럼에서 "미국은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라고 발언한 것을 집중 거론하며, "송 내정자가 과거에는 '워싱턴 마피아'로 불릴 만큼 대표적인 친미인사였으나, 청와대로 들어간 후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반미로 선회한 것 아니냐"고 송 내정자를 몰아붙였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송 내정자의 같은 발언을 거론하면서 "발언이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미주의로 볼 수는 없다"며 송 내정자를 적극 옹호했다.

시작부터 '전효숙 인준안' 불똥 튄 인사청문회

이날 청문회는 시작부터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발단은 김원웅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의원과 한화갑 민주당 대표,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 정몽준 무소속 의원 등이 회의장에 먼저 입장해 있는 상태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지각을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의 성원이 됐다"며 청문회 개회를 선언했고, 이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전날까지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저지'를 이유로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한 한나라당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한나라당이 회의에 참석할 것인지 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한화갑 민주당 의원 역시 "위원장이 교섭단체 간사 간의 합의 속에 청문회를 진행하게 됐다고 해서 왔는데 협의가 되지 않았다면 비교섭단체 대표들과 합의를 했어야 하지 않느냐"고 불쾌감을 표하며 자리를 떴다.

이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 회담 직후인 10시 40분 경 한나라당 의원들이 도착 청문회에 참가했지만, 원만히 진행될 수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여당 단독으로 청문회를 개회한 것에 대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의 시각이 어떤 것인가가 청문회의 포인트"라며 "절차상의 하자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이 청문회를 정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권영세 한나라당 의원은 "일방적으로 생방송 하는데 (청문회를) 진행을 시켜서 한나라당 비방하는 광고시간 준 것 아니냐"며 따지고 "이런 식으로라면 김 위원장은 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 역시 "10시에 시작해야 하는데, 10분을 한나라당이 못맞춰서 이렇게 됐다. 우리 위원회가 언제 정시에 시작한 적이 있느냐"며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한 결과, 1시간 넘게 시간 낭비됐다"고 지적하고, "시간 낭비에 대해서 여다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 위원장이 "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하고 나서야 송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진행될 수 있었다.

한나라, "코드 맞추다 보니 반미주의자 된 것 아닌가"

이어 속개된 송민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외교 현안보다는 '송 후보자가 반미냐 아니냐'에 초점을 맞춘 청문회로 전락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질의에서 "참여정부의 외교는 낙제점"이라고 전제하고 "섣부른 자주와 비뚤어진 민족공조를 외치다 외교를 망쳤다. 김대중 정부 이후 발전한 것이 없다. 추진 주체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 아마추어다"는 비판을 줄줄이 이어갔다.

남 의원은 또 "송 내정자는 '미국은 세계에서 전쟁을 가장 많이 한 나라', '유엔에 운명을 맡기면 자기 운명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등 미국에 적대적인 발언을 해왔다"며 "코드인사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반미적인 발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송 후보자는 이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는 지위를 위해 생각을 바꿔본 적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은 "북한 정권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며 "북이 독재정권이라는 걸 정부가 말을 못하고 인권에 대해서도 문제 삼지 않으니까 현 정부가 친북좌파정권이라는 말을 듣는다"며 송 후보자를 압박했다.

송 후보자는 "친북좌파 정권이라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는 것"이라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덕룡 한나라당 의원은 "송 내정자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는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이런 상황이라면 자진 사퇴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며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데, 송 후보자는 미국과의 갈등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송 내정자는 어느 날 갑자기 반미주의자로 변신했는데, 청와대의 반미 분위기 혹은 코드에 맞아야 출세도 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송 내정자를 몰아세웠다.

이에 송 내정자는 "'반미주의자'로 변신했다는 주장은 내 말이나 행동 등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할 것"이라며 "올바르지 못한 의도를 가지고 나오는 주장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왜곡에 시간 보내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고 주장했다.

린우리, "송 내정자는 대표적인 미국통" 두둔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로 송 내정자에 대해 '반미주의자'의 혐의를 씌우려 한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송 내정자야 말로 우리 외교 라인의 대표적인 미국통"이라며 송 내정자를 두둔했다.

정의용 열린우리당 의원은 "송 내정자는 외교통상부 북미과장, 미주국 심의관, 북미국장 등을 거쳐 왔다"며 "이러한 이력 속에서 업적도 많이 쌓고 미국 인맥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성 의원 역시 "최근의 발언을 가지고 송 후보자를 반미주의자라고 하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친미주의자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반미로 보는 일각의 시각을 상쇄하기 위해 친미적인 졀정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국적 있는 외교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당 배기선 의원은 "송 내정자가 '국민과 함께 하는 외교'를 말했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국민들이 북핵 해결이 행복과 미래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외교에 동참하는 외교 혁명을 이뤄야 하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건 전사들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진 "한국은 지금 갓길로 가고 있다", 송민순 "고속도로 중앙으로 가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과 송 내정자 사이에 6자회담을 고속도로에 비유한 문답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송 후보자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 '미-북 간의 접촉사고'라고 비유한 것을 거론하며, 이유에 대한 설명을 송 내정자에게 질의했다.

그러자 송 내정자는 이에 대해 "6자회담은 6자가 다 같이 다니는 길인데, 미국과 북한 간에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잘 뚫리게 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박 의원은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이냐"고 물었고, 송 내정자는 "북한은 스스로 불법행위를 안했다고는 하고 미국도 북한에 제재를 했다고는 하지 않는다"며 그 책임이 미국과 북한 모두에게 있음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고속도로에 비유하자면, 미국과 일본은 1차선이고 중국은 2차선인데 우리와 북한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고, 송 내정자는 "이 도로는 누구 하나가 빨리 가서는 안된다"며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북한은 역주행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핵폐기로 가는 것인가"라며 "한국은 갓길로 가다가 길이 막혔고 북한은 핵폐기라는 고속도로가 아니고 핵보유라는 새로운 고속도로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 내정자는 "한국은 고속도로 중앙으로 가고 있다"며 "갓길로 가고 있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청문회 도중 우리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원들은 각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인권 문제를 정치적 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와 관련해 당정 협의 한 번 없었고 나도 방금 전에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게 무슨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인가. 누가 참여하고 있는가"라며 "그럼 국회에는 사후 통보만 하면 되느냐. 참여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방식이 다 이렇게 오만불손하다"고 송 후보자를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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