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도 안 끝났는데” 트럼프, 워싱턴에 76m 금박 개선문 추진... 참전 용사도 소송

베트남전 참전 용사 소송·공청회 의견 1000건 전부 반대
“의회 승인 없는 불법 건축” 법적 논란 지속
이란 전쟁 종결 전 ‘승리의 문’ 추진 적절성 논란도

인싸잇=이다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높이 76m의 금박 개선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연방 미술위원회가 16일(현지시각) 설계안을 승인하며 사업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으나,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의 소송과 공청회 전원 반대, 이란 전쟁 미종결 상황에서의 추진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이 15일 브리핑에서 개선문 조감도를 공개했다. ‘독립 개선문(Independence Arch)’으로 명명된 이 구조물은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알링턴 메모리얼 브릿지 끝 메모리얼 서클, 알링턴 국립묘지 입구 앞에 건설될 예정이다. 링컨기념관은 포토맥 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한다. 높이는 250피트(약 76m)로 파리 개선문(약 50m)보다 약 26m, 링컨기념관(약 30m)의 두 배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개선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설계는 미국 건축사무소 해리슨 디자인이 맡았다. 정상부에는 60피트(약 18m) 높이의 황금 날개를 가진 자유의 여신상 형태 조각상이 세워지고, 양 옆에는 황금 독수리 두 마리가 배치된다. 기단 네 모서리에는 금도금된 사자상이 하나씩 놓인다. 

 

링컨기념관 방향에는 “하느님 아래 하나의 국가”, 알링턴 국립묘지 방향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유와 정의”라는 문구가 금색으로 새겨진다.

 

연방 미술위원회는 16일 회의에서 설계안을 승인했다. 다만 위원회는 설계 담당 건축가에게 일부 수정을 요청했으며, 이후 수정 설계 검토와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반대 여론은 세 갈래로 집중된다. 첫째는 경관 훼손이다. 미술위원회 토머스 루에브케 사무총장은 수주간 접수된 서면 의견이 약 1000건에 달하며 “100%가 반대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공청회에서 워싱턴 DC 보존연맹의 재커리 버트 담당자는 “알링턴 국립묘지와 링컨기념관 사이의 시각적 연결은 단순한 조망이 아니라 국가가 최고 이상을 추구하며 치른 희생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건립 비용과 인근 레이건 내셔널 공항 항공 교통에 대한 영향도 반대 사유로 제기됐다.

 

둘째는 법적 논란이다. 2월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 전직 외교관 3명과 건축 역사가 캘더 로스가 공익 법률단체 퍼블릭 시티즌을 통해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수도 연방 공원 부지에 기념물을 설치하려면 의회의 명시적 승인이 필요하다는 기념물법(Commemorative Works Act)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마이클 레몬 전 주미국 대사는 “전우들이 묻혀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관을 가리는 이 건축물이 군 복무와 외교 활동의 유산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4월 초 심리에서 연방 판사도 계획에 의문을 제기했다.

 

셋째는 전쟁 중 추진의 적절성 문제다. 이란과의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리를 상징하는 개선문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0월 백악관 만찬 행사에서 이 개선문 건립 구상을 처음 공개했으며, 당시 기자의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나를 위한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