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EA “1·2차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위기 합친 것보다 심각”... 각국 재정 지원 경쟁에 IMF “부채 경고”

항공유 재고 고갈 카운트다운, 한국 항공업계도 비상경영
2029년 세계 공공부채 GDP 100% 전망

인싸잇=이다현 기자 |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가 역대급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현재의 위기를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충격으로 규정한 가운데, 각국이 재정 지원을 쏟아내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부채 경고를 발령했다.

 

 

IEA “일평균 공급 차질 1300만 배럴... 역대 최악”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3월 23일 호주 캔버라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1973년·1979년 오일쇼크 당시 각각 500만 배럴씩, 두 차례를 합산해 1000만 배럴의 공급이 차단됐다. 현재 이란 전쟁으로 인한 공급 차질은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후 4월 1일 CNBC 인터뷰에서는 “현재 하루 1200만 배럴이 차단됐다”고 수치를 높였고, 4월 14일 워싱턴 애틀란틱 카운슬 행사에서는 “지금 이 순간 1300만 배럴을 잃었고, 내일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다시 상향했다.

 

천연가스 차질도 심각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유럽이 입은 손실(연간 750억 m³)의 약 두 배 수준인 1400억 m³가 차단됐다. 비롤 사무총장은 “에너지 시설 80여 곳이 피해를 입었고, 해협이 열리더라도 완전한 복구에 최대 2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가 4월 14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전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1010만 배럴 감소해 하루 9700만 배럴로 내려앉았다. 이는 역사상 최대 공급 차질로 기록됐다.

 

보고서는 2026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8만 배럴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이탈리아·캐나다... 수십 개국 유류세 인하 경쟁

 

에너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각국의 긴급 재정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약 2조 6000억 원 규모의 2개월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고, 이탈리아도 약 1조 7000억 원 규모의 동일 조치를 시행했다.

 

캐나다는 9월 7일까지 유류세를 한시 중단하며 약 2조 5000억 원의 세수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호주는 약 4300억 원 규모 유류세 인하를, 그리스는 저소득 운전자와 오토바이 소유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연료 패스’ 도입을 포함한 약 5200억 원 규모의 긴급 패키지를 내놨다.

 

IMF는 15일 발표한 재정점검보고서에서 “재정 정책은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필요한 곳에는 지원을 제공하되 재정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IMF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공공부채는 세계 GDP의 94% 수준이며, 2029년에는 100%를 초과해 1948년 이후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은 견조했지만,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는 의미 있는 진전이 없었다”며 “많은 국가에서 재정적자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부채는 계속 증가했으며 이자 비용은 빠르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14일 발행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92%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일시적이고 선별적인 지원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각국 긴급 조치에 명확한 종료 시점을 만들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의 중이다.

 

“유럽 공항 3주가 골든타임”... 이탈리아 7개 공항 급유 제한령

 

에너지 위기의 직격탄은 항공 산업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 600개 이상의 유럽 공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협의회(ACI) 유럽지부는 지난 9일 EU 집행위원들에게 긴급 서한을 보내 “3주 안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재개되지 않으면 EU 내 구조적 항공유 부족 사태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항공유 비축분이 8~10일치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볼로냐·밀라노 리나테·베네치아·트레비소 등 7개 공항에서 급유 제한령이 내려졌다.

 

항공사들도 잇달아 비상계획을 가동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2·3분기 계획 노선의 약 5%를 축소한다고 밝혔고, 루프트한자는 좌석 공급의 5%를 감축하는 비상계획을 세웠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4월 한 달에만 항공편 1000편을 취소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해협이 열려 원유 공급이 재개되더라도 항공유 공급망 복구에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지만 원유 전량 수입... LCC 직격탄

 

항공유 수출 세계 1위인 한국도 이번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간 약 1080만 톤의 항공유를 수출하며, 미국(34.8%)·호주(19.0%)·유럽(17.5%)·일본(10.4%) 등 주요국이 한국산 항공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그 상당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공급망이 흔들리면 정제 이전 단계부터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국내 항공업계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다.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27%를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이란 전쟁 이후 두 배 이상 폭등했고, 이는 원유 가격 상승률(약 5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사들은 국제선 일부 노선 감편에 착수했고,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동남아 노선을 중심으로 운항 중단과 축소를 잇달아 공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