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관절 건강을 설파하며 ‘수술의 신’, ‘관절 수술의 권위자’로 불려온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 그러나 화려한 방송 이미지 이면에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수술 현장이 철저히 ‘공장식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는 충격적인 의혹이 형사재판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현재 고용곤 병원장을 비롯해 연세사랑병원 소속 의사, 간호조무사,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 등 총 10명은 대리수술 및 유령수술,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환자의 몸을 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에게 맡기고, 집도의는 형식적으로만 등장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고용곤 병원장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3,000건이 넘는 관절 수술을 집도했다고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했다. 특히 재판의 주요 범죄 혐의 시점인 2021년 한 해에만 인공관절·관절내시경 수술 3,486건을 집도했다고 신고했다.
연세사랑병원이 공개한 2021년 진료일정(토요일 제외 총 247일)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14건 이상의 수술을 매일 쉼 없이 진행한 셈이다. 외래 진료 시간을 제외하고도 단 몇 시간 안에 이 모든 수술을 직접 집도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마취, 수술 준비, 집도, 회복 확인까지 고려하면 하루 14건의 인공관절 수술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치”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외과 전문의 출신인 강중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역시 국정감사에서 “연간 700건 정도가 현실적 상한선”이라며 실태 확인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같은 비현실적 수술량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공장식 수술 시스템’이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언과 내부 제보에 따르면, 연세사랑병원은 다수의 수술실을 동시에 열어두고 한 명의 집도의가 여러 방을 오가는 방식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환자가 마취된 상태로 대기하면, 병원장은 핵심 부위만 잠시 집도한 뒤 곧바로 다음 수술실로 이동하고, 그 사이의 주요 수술 과정은 다른 의사, 간호조무사, 심지어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대신 수행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컨베이어 벨트식 수술’이다.
특히 영업사원들이 수술실에서 환자를 옮기고, 수술 부위를 소독하며, 드릴로 뼈에 구멍을 뚫고, 핀을 박거나 톱으로 뼈를 깎는 등 핵심 수술 단계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법정에서 제기됐다. 연세사랑병원이 2023년 수술실을 10개에서 13개로 확장했다고 홍보한 것도, 숙련된 의료 역량의 증대가 아닌 ‘기계적 분업화’를 위한 확장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고용곤 병원장의 명성은 방송을 통한 이미지 메이킹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송 출연 장면은 병원 홍보에 적극 활용됐고, 이를 통해 전국에서 환자가 몰려들었다. 그러나 수술실 내부에서는 대리·유령수술이 구조적으로 이뤄졌다는 정황이 재판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확인한 사례만 해도 35일 동안 152건의 진료기록부가 허위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 오다리 교정 수술, 줄기세포 채취 과정 등에서 집도의가 아닌 인력이 수술을 수행했음에도, 기록상으로는 고 병원장이 직접 집도한 것처럼 꾸며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곤 병원장은 현재까지도 방송에 출연하며 해당 질환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환자들은 TV 속 ‘스타 의사’를 믿고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그러나 정작 수술대 위에서 칼을 잡은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의료법 위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곤 병원장 측은 유령수술 의혹을 제기한 모 언론사 기자를 고소하며 “방송 녹화는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이뤄졌기 때문에 유령수술을 할 이유도, 사실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추가 취재 결과, 해당 방송은 평일 생방송이었고, 고 병원장이 수술 집도로 기록된 시간대에 실제로는 방송국 스튜디오에 있었다는 증언과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방송을 통해 쌓은 신뢰를 수익 극대화 수단으로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라며 “보건 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수술 공장은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