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과 지상파방송이 만난 ‘최고의 진화 버전’이라 자부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이하 위원회) 심의안건에 올랐다.
지난 4일 열린 위원회에서는 출연자의 발언과 자막 등이 욕설도 비방도 아닌 통신 언어임을 고려해 제작자의 의견진술을 청취하기도 했으나, 재차 심의 끝에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TV팟을 통해 비정기적으로 생방송하고 MBC가 편집본을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마리텔은 시청자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인기가 높다.
이 날 열린 위원회에 의견진술 차 참석한 박정규 MBC 예능본부 기획특집부장 마이리틀텔레비전 책임프로듀서는 “심의를 계기로 시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CP는 “(프로그램 수상경력은) 사실, 지상파라는도구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창조경제, 새로운 두 가지를 결합시켜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 방송으로서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 때문인 것 같다”면서, 또 다른 세대와의 소통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이라 자평했다.
그러나, 박 CP는 “이번 방심위 지적이 그 부작용인 것 같다”면서, “지상파에 인터넷 표현이 노출되다보니,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노출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 CP는 “인터넷과 결합해 방송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방송으로서 정치적인 부분, 인신공격, 성적표현 등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 민형사상 문제가 될 수 있고 편집과정에서 철저하게 가려내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번에 문제로 지적하신 부분들은 사실, 젊은 세대들은 그 어떤 정치적 함의를 포함한 것이 아닌, 재밌게 표현하기 위한 말장난 들이다”라고 설명했다.
박CP는 진술과정 중 허구연 야구 해설위원의 ‘망해쓰요’ 자막에 대해 “’망했어요’보다 재미가 있고 사투리를 쓰고 있다는 것이 표현된다”고 봤고, 방송인 사유리의 ‘동물’ 발음의 ‘똥무루’ 자막에 대해서는 “바르게 표현하면 재밌는 상황이 연출이 안 돼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언어의 순화가 사회적 아젠다” 지적에 “공중파로서 표현수위와 방법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
장낙인 상임위원은 제작 의도는 특이하지만, 대화과정에서의 한 두마디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언어와 관련된 방송의 기능 자체를 무시하는 것임을 주지시켰다.
박신서 위원은 방송에서 구어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과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며, 지나치게 제작진이 자막으로 재미만 추구한다고 말했다.
함귀용 위원은 방송은 올바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계도의 의무가 있다고 논하며, 출연진도 그렇지만 ‘어디갓어?’와 같은 자막을 보면, 제작진들이 의도적으로 더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묵 위원장은 언어의 순화가 ‘사회적 아젠다’라며, 일부 단어 수정만으로는 프로그램 자체가 모호해 질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월부터 방송언어에 대한 중점 심의기간에 들어간다며, 심의 안건으로 제기되지 않도록 주의해 줄 것을 박 CP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박 CP는 “소통을 주제로 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의미가 퇴색할 것 같다”면서도, “당연히 공중파 방송으로서 표현수위와 방법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적절한 수준을 찾겠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5인의 위원회 심의위원들은 프로그램의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인터넷용어’ 혹은 ‘통신언어’를 위시한 심각한 국어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견해로, 마리텔 해당 안건에 대한 결론을 좀처럼 내리지 못했다.
김성묵 위원장과 함귀용 위원은 각각 사회적 문제 야기 가능성과 국어 파괴 수준의 심각성으로 ‘경고’, 장낙인 상임위원은 첫 징계임을 감안해 ‘주의’, 박신서 위원은 이전 유사사례와의 형평성을, 고대석 위원은 향후 개선 가능성을 기대하며 ‘권고’ 의견을 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및 여성가족부는 지난 달 7일 지상파 방송사업자 3개사,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 사용 사업자 6개사에 대해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다.
또, 이들 9개 방송사와 함께 ‘아름다운 언어 문화 확산을 위한 방송분야 업무협력 협약서’를체결, 향후 방송언어 관련 심의•모니터링, 방송관계자 교육, 청소년 언어순화와 양성 평등 및 다문화 인식개선 등 캠페인을 공동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이번 마리텔 심의는 내달 진행될 ‘방송 언어에 대한 중점 심의기간’에 앞서 이뤄진 ‘통신언어’에 대한 사실상 첫 심의나 마찬가지여서, 위원회 소속 5인은 해당 안건을 방심위 전체회의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편, 방심위는 KBS와 함께,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1TV ‘안녕 우리말’을 통해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욕설과 은어를 주제로 청소년 언어문화 캠페인을 시행한다.
방심위는 또, 지난 달 29일 아프리카 TV 등 인터넷 방송 사업자와 협력회의를 개최하고, 인터넷방송에서 불법․유해 정보의 유통을 근절하고 어린이․청소년의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자율규제 가인드라인’을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 방송에서 음란‧선정적 내용, 막말․욕설, 사행 행위를 조장하거나 홍보하는 내용 등이 어린이․청소년 보호 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방송 되고 있는 가운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인터넷 방송 사업자가 실효성 있는 자율 규제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취지다.
미디어내일 박필선 기자 newsps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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